예술가 
하루는 아버지가 나에게 혹시 의대나 법대에 갈 생각이 없느냐고 물으셨다. 가난과 만화방이라는 직업으로 하도 천시를 당하니까 그런 생각을 하셨겠지만 나는 아버지가 너무 실망스러웠다. 어떻게 예술가에게 그런 얘기를 한단 말인가. 의사나 판검사는 공부만 잘하면 되지만 예술가 하나가 탄생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온 삶을 다 바쳐 목숨보다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가. 정신 차리세요 아버지. 아버지는 예술가의 아버지예요! 예술가는 왕보다 귀한 사람이라고요! 당시를 어머니는 이렇게 회상했다. "아버지! 의사나 판사는 잘못하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예술가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잖아요. 나는 그림 안 그리면 죽어 버릴 겁니다" 그 후는 잠잠했다.  (고3 자화상. 파스텔)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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