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직업병 사례의 노동자는 1974년생 남성이다. 45세이던 2019년 12월 31일 편평상피세포암을 진단받았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기타 암이고 유해인자는 물리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선박 철판에 고압으로 쉿가루를 분사해 도장 밑 작업을 하는 현대삼호중공업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오랜 노동으로 휘어버린 손가락을 보여주고 있다.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제공. 한겨레, 2022-12-19.
선박 철판에 고압으로 쉿가루를 분사해 도장 밑 작업을 하는 현대삼호중공업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오랜 노동으로 휘어버린 손가락을 보여주고 있다.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제공. 한겨레, 2022-12-19.

우선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 노동자는 2007년 8월 □병원에 신경외과 의사로 입사하여, 평일 9시부터 6시, 토요일 9시부터 13시까지 주 6일 근무하면서 주로 외래환자를 진료하고 목, 허리 부위에 척추주사치료 시술과 나사못 삽입수술을 수행하였다. 노동자가 □병원에 입사했을 당시의 신경외과 소속 의료진은 3명이었고 각자의 환자에게 직접 척추주사치료를 수행하였다. 척추주사치료는 C-arm(씨암·알파벳 C 형태의 팔·실시간 방사선 영상장치)을 사용하여 주사 부위를 확인하면서 척추 신경 주위 혹은 신경근(神經筋) 주위에 치료제를 투입하는 치료법이다. 시술 시간은 최대 10분 정도인데, 그중 5분 정도 C-arm을 사용하는 동안에 방사선에 노출된다. 노동자는 진술하길, 2007년 입사 후부터 바로 척추주사치료를, 2010년까지는 주 30회 시술을, 2010년 이후부터는 주 15회 시술을 각각 수행하였다. 나사못 삽입수술은 척추를 고정하기 위하여 C-arm을 사용하여 위치를 확인하고 목, 허리 부위의 척추에 나사못을 박는 수술이다. 수술시간은 보통 2시간~2시간 30분 정도다. 그중 20~30분 정도 C-arm을 사용하였다. 노동자는 진술하길, 나사못 삽입수술은 2007년 입사 후 상병이 발병한 2019년까지 주 4회 정도였다. 사업장에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비 청구 건수를 요청하였고, 2017년부터 2022년도까지 6년 동안의 노동자가 수행한 척추주사치료 건수 자료를 제출하였다. 이렇게 하여 노동자가 수행한 척추주사치료와 나사못 삽입수술 건을 파악하였다. 2017년 이전 자료는 확인할 수 없었다.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노동자는 2019년 10월경 좌측 2번째, 3번째 손가락 피부의 각질화가 점차 심해지며 좌측 제2수지(手指) ‘근위지간관절’(近位指間關節·PIP joint·Proximal InterPhalangeal joint)에 궤양이 발생하였고, 2019년 12월 17일 □병원에서 진행한 MRI 검사에서 피부암이 의심되어 2019년 12월 31일 방문한 대학병원에서 조직검사를 시행한 결과, 편평세포암을 진단받았다. 2020년 1월 14일 ‘양전자방출 단층 촬영’(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 검사에서 좌측 제2수지 병변 외에 FDG(FluoroDeoxyGlucose·플루오로 데옥시 글루코스) 섭취 증가는 확인되지 않았다. 2020년 1월 28일, 좌측 수지 병변에 대해 광역절제술과 ‘유리 피판술’(遊離皮瓣術·Free Flap)을 시행하였다. 수술 후 조직 검사 결과, 좌측 제2수지 근위지간관절과 원위지간관절(遠位指間關節)에서 편평세포암이, 좌측 제3수지 원위지간관절에서 고등급 형성이상(形成異常·dysplasia)이 각각 확인되었다. 2020년 2월 28일, 부분마취 상태에서 절제와 피부이식술을 진행하였고 제3수지에서는 보웬병(Bowen's disease) 소견이 확인되었다. 보웬병은 상피내 편평세포암으로 분류되며 둥근 모양의 경계를 보이는 선명한 흑갈색이나 갈색의 국소적 병변이 나타나는 질환이고, 그 원인은 자외선에 의한 피부 손상, 비소중독, 방사선치료, 바이러스 감염 등이다(대한피부과학회). 2021년 1월 4일 수술할 때, 좌측 제2수지에서 편평상피내암(扁平上皮內癌·Squamous cell carcinoma in situ), 제3수지에서 중등도 형성이상 등이 확인되었다. 2021년 7월 21일 수술에서는 좌측 제2수지 중등도 형성이상 외에 특이소견은 확인되지 않았다. ‘in situ’(제자리)는 인체의 한 기능 또는 하나의 반응이 원래의 위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발현하는 상태다(알기 쉬운 의학용어, 서울아산병원).

가슴과 폐 부위를 컴퓨터단층촬영(CT)하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2017.02.22.
가슴과 폐 부위를 컴퓨터단층촬영(CT)하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2017.02.22.

노동자는 척추주사치료 시 사용하는 C-arm 장비에서 발생하는 방사선에 노출되어 상병이 발생하였다고 생각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요양을 신청했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노동자의 개인 피폭선량 측정값이 손 부위에 대한 방사선 노출 정도를 대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2021년 11월 29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업무관련성 확인에 필요한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2022년 12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2022.12.16.)는 아래와 같은 네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노동자의 상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노동자는 2019년 10월경 좌측 2번째, 3번째 손가락 피부의 각질화가 점차 심해지고 궤양이 발생하였고, 이후 2019년 12월 31일 조직검사 결과 편평상피세포암을 진단받았다. 둘째, 노동자는 2007년 8월 1일 입사하여 □병원에 근무하는 신경외과 의사다. 노동자는 2007년부터 2019년까지 약 13년 동안 원내 척추주사치료실에서 C-arm을 사용하여 척추주사치료를 수행하면서 시술 중 주삿바늘을 잡는 손 부위가 지속해서 방사선에 노출되었다. 셋째, 노동자는 C-arm에 노출되는 손 부위에 평균 2563.75mSv(밀리시버트·mili Sievert)에서 최대 9451.44mSv 이상의 방사선에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바탕으로 산출한 인과 확률은 제95백분위수에서 최대 44.89%, 제99백분위 수에서 최대 60.59% 정도였다. 시버트(sievert, 기호: ㏜)는 선량당량(線量當量·dose equivalent)을 나타내는 국제단위계(國際單位系)의 단위이고, ‘시버트’는 방사선의 노출 측정과 생물학적 영향을 연구한 스웨덴의 의학·물리학자인 ‘롤프 막시밀리안 시버트’(Rolf Maximilian Sievert)의 이름에서 왔다(위키백과). 넷째, 방사선으로 인한 피부 편평세포암 발암의 역학적 증거가 충분하지는 않으나, 방사선 중재시술(Interventional therapy·수술이 필요한 질환을 비수술적인 시술로 치료)을 담당하는 의사들의 손에 발병한 편평세포암 사례에 대한 보고가 국내외에서 다수이고, 이번 직업병 사례는 그와 유사한 양상이다.

노동자는 2019년 12월 편평상피세포암을 진단받은 이후 약 3년이, 2021년 11월 29일 역학 조사를 의뢰한 지 약 1년이 따로따로 떠나간 2022년 12월 16일에서야 역학조사평가위의 심의가 완료되었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5년 4월 24일

*관련 기사: 폐암 여성 10명중 9명 ‘비흡연자’…“요리 연기가 원인”(한겨레, 2017.02.22.)

https://www.hani.co.kr/arti/society/health/783680.html?_ga=2.132498888.73608997.1682329293-1404263838.1647078447

편집 :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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