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방 아들
교사 출신인 아버지는 지역 만화방 정화위원장을 맡아 등교 시간에 학교에 안 간 아이를 학교로 보낸다거나 만화방에서 담배를 못 피우게 단속하셨다. 그러나 어린이날만 되면 만화책을 모아놓고 불태우며 박수치는 장면이 티브이에 항상 나왔고 어떤 학부모는 아이가 빌려 간 만화책을 찢으면서 "남의 자식 다 버리는 만화 장사 천년만년 해 먹어라"고 소리쳤다. 물론 떡볶이, 어묵도 불량식품이라고 단속했다. 내 대학 시험 발표날도 어머니는 단속에 걸려 경찰서 유치장에서 밤을 보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내가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길거리로 뛰쳐 나와 소리치셨다. "만화방 아들도 서울대 갔다"라고. (1999년 판 어머니 신봉선 자서전, '천리 도망은 해도 팔자 도망은 못 한다더니' 삽화)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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