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직업병 사례의 노동자는 1969년생 남성이다. 좌측 상하지(上下肢·팔과 다리)의 진전(振顫·떨림·tremor)과 운동완서(運動緩徐·bradykinesia·Slowness of Movement) 증상으로 2014년 6월 25일(당시 만 45세)에 파킨슨병을 진단받았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신경계 질환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심의 결과서> 상, 노동자의 직업 생애 기간은 24세에 화학직군으로 입사하여 45세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기까지 약 21년간이다. 그중 44.4%인 약 9년 4개월간(약 3년 10개월간 연료연소 분석, 약 5년 6개월간 화력 연소관리 업무) 원료 연소와 관련된 업무를 하였다.

엘엔지(LNG) 발전기가 설치된 울산 남구의 울산화력발전소. 연합뉴스..  한겨레, 2023.03.27.
엘엔지(LNG) 발전기가 설치된 울산 남구의 울산화력발전소. 연합뉴스.. 한겨레, 2023.03.27.

우선,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 노동자는 24세인 1993년 8월 □사업장에 화학직군으로 입사하였다. 그 이전의 과거 직무이력은 없었다. 1993년 12월부터 1994년 8월까지 약 9개월간 용수처리설비 운전을, 이후 1999년 9월까지 약 5년 1개월간 설비 운영에 필요한 약품 구매 등의 사무업무를 따로따로 담당하였다. 1999년 9월부터 약 3년 10개월간 연료 연소 분석을, 2003년 7월부터 약 1년간 계통수(系統水·circular system water) 분석을 하였다. 연소 분석은 열교환기의 공기와 연료의 비율이 안전하고 적절한지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발전소의 보일러와 증기 발생계통의 순환수에 존재하는 부식 생성물은 보일러와 증기터빈에 달라붙어 효율 저하, 부식, 진동 등의 장애를 유발하기에 계통수 중 부식 발생에 관여하는 철분의 농도에 대한 기준치를 설정하여 관리한다(한국전력신문, 2006.11.22.).

이후 35세이던 2004년 5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약 5년 6개월간 화력 발전부에서 연소 기술과장으로 근무하는 동안 석탄 연소영향 분석과 연소기술 개발 등의 연소관리 업무를 수행하였다. 44세이던 2013년 12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약 2년 7개월간 환경화학설비의 시험 운전을 총괄하였다. 그 외 2009년 11월~2013년 12월까지 약 4년 2개월간, 2016년 6월~2018년 6월까지 약 2년 1개월간 본사에서 연료 구매와 품질 관리, 연료 연소관리 업무를 수행하였다.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노동자는 병원에 가기 약 10년 전부터 좌측 상지에서 미세하게 진전 증상이 시작됐으며, 병원에 가기 약 2년 전부터는 좌측 팔, 다리까지 진전 증상이 점차 악화하였고, 경미한 운동완서 소견도 보였다.

노동자는 43세이던 2012년 2월 25일, 연고지의 신경외과 의원에서 뇌혈류 초음파와 Brain-MRI 검사에서 특이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본태성 떨림’(essential tremor) 의증(疑症) 하에 약물로 치료하며 경과를 관찰하였으나, 진전 증상은 크게 호전되지 않았다. 질환의 진단명에 대한 확진은 아직 받지 못했다. 45세이던 2014년 6월 25일, 방문한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외래에서 좌측 손, 좌측 다리의 진전(tremor)과 운동완서 증상으로 시행한 ‘뇌 자기공명영상’(Brain-MRI) 검사에서 특이소견은 관찰되지 않았으나 뇌의 도파민 신경에 있는 도파민운반체(dopamine transporter) 밀도를 측정하는 ‘뇌 양전자 단층 영상 [FP-CIT] 검사- Brain PET/CT’ 결과, ‘양측 후방 조가비핵’(bilateral posterior dorsal putamen) 부위에서 도파민운반체(dopamine transporter·DAT) 결합(binding)의 감소가 확인되었다. 유전자 검사에서 이상소견은 확인되지 않았다. 조가비핵(putamen)은 전뇌의 기저부에 자리 잡은 둥근 구조물로서 시상(視床) 아래의 조직이다. 조가비는 조개의 껍데기다.

지난 4월 7일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차기 음악감독이 발달장애 바이올리니스트 공민배군과 함께 연주하는 모습. 서울시 제공. 한겨레, 2023.04.12.
지난 4월 7일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차기 음악감독이 발달장애 바이올리니스트 공민배군과 함께 연주하는 모습. 서울시 제공. 한겨레, 2023.04.12.

2014년 6월 25일 파킨슨병(G20)으로 진단받고, 레보도파(levodopa) 제제(製劑)를 포함한 약물치료를 최대용량까지 조절하면서 시행하는데도 진전 증상이 크게 호전되지 않는 양상을 보였다. 레보도파 제제는 도파민의 전구체(前驅體)로 뇌에서 도파민으로 전환되어 뇌의 도파민 농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전남대학교병원, 복약정보). 이에 도파민 효능제인 프라미펙솔(pramipexole·Mirapex라는 상표로 판매되는 약물)를 병합하고 약제 종류와 용량을 다양하게 조절하며, 3~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외래 진료차 내원하여 약물치료를 하며 경과를 관찰하는 중이다. ‘도파민 효능제‘(dopamine agonist)는 도파민이 부족하거나 거의 없는 상태에서 도파민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작용을 한다. ‘도파민 수용체’(dopamine receptor)는 세포 밖의 도파민과 결합하여, 세포 안쪽 물질들의 활동 방식을 조절하는 단백질이다

노동자는 작업 중 유기용제와 연소가스에 다량 노출되어 상기 질환이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업무관련성 확인에 필요한 역학 조사를 2019년 11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의뢰하였다.

2022년 12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2022.12.16.)는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노동자의 상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즉, 증상의 임상 경과와 유해 물질에 대한 노출 이력 등으로 보건대, 이차성 파킨슨증후군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노동자는 1999년 9월부터 2003년 7월까지 약 3년 10개월간 화학실험실에서 벙커C유와 윤활유, 연소가스와 연소재 등의 연료분석 업무를 하였고, 2004년 5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약 5년 6개월간 연소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동안 유연탄 연소 보일러 내부 클링커(Clinker·보일러 속에서 녹지 않고 남은 덩어리)와 옥내외 저탄장에 대한 점검 업무 등을 하였다. 둘째, 노동자의 상병과 관련하여 보고되어 온 직업환경 요인은 제초제, 유기용제, 일산화탄소 중독, 망간 등이다. 셋째, 노동자가 약 3년 10개월간 연료연소 분석 작업 시 상당한 양의 복합유기용제와 연소가스, 그리고 연소재 채취 과정에서 일산화탄소 등에 간헐적으로 노출됐고, 화력 연소관리 업무 시 약 5년 6개월간 휘발성유기화합물과 일산화탄소 등에 지속하여 노출됐고 그 수준은 상당하였다고 추정된다.

노동자는 2014년 6월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이후 약 8년 6개월이, 2019년 11월 역학 조사를 의뢰한 지 약 3년 1개월이 따로따로 떠나간 2022년 12월 16일에서야 역학조사평가위의 심의가 완료되었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5년 5월 2일

*관련 기사: “1.5도 지키려면, 가스발전소 해마다 10기씩 퇴출시켜야”(한겨레, 2023.03.27.)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85328.html?_ga=2.204823827.245886366.1682981707-1404263838.1647078447

 

편집 :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f6125505@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