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용 형
어느 날 부산 친구 지수가 하숙집에 왔다. 그때는 밥 한 끼가 무서울 때라 2인분이 나오면 다음 끼는 밖에서 해결해 가면서 밥을 축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런데도 하숙집 주인은 친구가 밥을 축낸다고 역정을 내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하숙집을 나와, 중학교 미술반 선배이자 대학 선배 황부용 형과 함께 여인숙 같은 곳에서 자취했다. 부용 형은 캔버스 살 돈 없는 나를 위해 대학 창고에 안 찾아 간, 주인 없는 유화를 갖다 주어 그 위에 그림을 그리게 했고, 배고파 물을 퍼 마시던 시절, 회식 자리에 갔다 올 때면 남은 탕수육을 품에 싸 안고 와서 날 먹여 주었다. 디자인 전공인 부용 형은 당시 '부용체'라는 자신만의 글씨체를 디자인하고 있었다. 지금은 유명한 원로 디자이너다. 고마워, 형. 그땐 고맙단 말도 할 줄 몰랐던 시대였네. (대1 스케치)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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