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꽃
밧줄 당기는 남자의 땀에 짝짝 붙은 러닝의 등짝을 그리고 싶었다. 또 하나 그리고 싶었던 것은 무꽃과 배추꽃이었다. 흙과 땀의 역사가 아프고 이쁘고 서럽고 사랑스럽게 한들거리는 이 땅의 흙의 노래. 우리 할머니의 노래. 나는 학교 뒤편 무꽃 밭에 이젤을 놓고 앉아 유화로 무꽃을 그렸다. 그때 요배 등 내 친구들이 와서 응원해 주었는데 특히 멀리까지 가서 물을 떠다 준 성진이의 정성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하얀 무꽃 그림이 한동안 휘경동 작업실에 놓여 있었으나 어디로 갔는지는 기억에 없다. 다만 그리고 싶었던 등짝만 스케치로 남아 있다. (대1 스케치 운봉이 모델)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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