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배형
갑배형은 부용형과 동기인데 나보다 한 학년 위다. 디자인 전공이었지만 가진 도구라곤 말라비틀어진 포스터칼러 몇 개. 꽁지 다 빠진 붓 두 자루가 전부였다. 비밀은 여학생 작업 도와주고 물감을 얻어 쓰는 것. 나하고 한 방에 하숙하였는데 신비의 궁합이었다.
둘 다 절대로 방 청소를 하지 않는다. 담뱃재를 비닐 장판을 들고 안에 털고 꽁초도 거기 버린다. 방에 발 디디는 좁은 길이 하나 있을 뿐 사방이 다 쓰레기다. 그러나 마냥 행복할 뿐이다. 이런 인연이 다시 있을까? 갑배형은 지금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로 있으면서 멋지고 깔끔한 작품을 한다. 놀라운 일이다. "우리가 낙천적이라서 그래" 갑배형의 분석이다. (대2 스케치 갑배형)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박재동 주주  tangripark@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키워드

#박재동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