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숨 빼앗긴 노동자’의 상황을 살펴본 독자는 ‘혹시 글의 제목이 잘못되지 않았어?’라고 할지 모르겠다. 혹은 ‘또 더 많은 24명이나 목숨을 빼앗겼어!’라고 통탄하지 않을까.

7일간(2023.05.14~05.20), 노동자 24명이 집으로 퇴근하지 못했다. 지난주에도 노동자 21명이 그랬다. 요컨대, 5월 7일부터 20일 사이에, 불과 14일 만에 노동자 45명이 대한민국 노동현장을 영원히 떠났다. 이럴진대, 일손이 부족하고 노동자를 구하기 어렵다는 말이 현실에 적합한가요? 과연, 대한민국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존중하고 중시하는 나라인가요?

사고 발생의 하루 중 분포는 심야 1명, 오전 13명, 오후 10명이다. 요일별 분포는 일 1명, 월 3명, 화 5명, 수 3명, 목 4명, 금 4명, 토 4명이다. 재해 유형 분포는 떨어짐 5명, 깔림 4명, 물체에 맞음 6명, 끼임 3명, 기타 6명(매몰 2명, 질식 2명, 화상 2명)이다. 시도별 분포는 광역시 4명(부산 2명, 대구 1명, 광주 1명), 광역도 20명(경기 7명, 충북 1명, 충남 1명, 전북 1명, 전남 1명, 경북 3명, 경남 6명)이다. 24명 중 나이가 파악된 노동자 8명의 나이별 분포는 30대 2명, 40대 1명, 50대 3명, 60대 1명, 70대 1명이다. 국적이 파악된 외국인 노동자는 1명이고, 그 국적은 중국이다.

삼가는 마음으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사망사고 속보>와 언론 보도에 나온 사고 상황을 정리해 본다.

2023. 5월 14일(일), 13:50경 경북 영천시의 어느 자동차 부품업체에서 지게차로 제품을 차에 싣던 작업을 하던 43세 노동자 1명이 하차하여 전방에 멈춰 선 화물차 적재함의 여유 공간을 확인하던 중, 멈춰둔 지게차가 전진하는 바람에 화물차와 지게차 사이에 끼여 목숨을 빼앗겼다.

2023. 5. 15.(월), 08:37경 부산광역시 수영구 광안동의 어느 업무시설 건설현장에서 리프트를 해체하던 중 해체된 부품(마스트)이 15층 높이에서 지상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지상에서 목공 작업을 준비하던 53세 목공반장(청일산업건설 하청업체 소속)이 부품(마스트·mast)에 맞아 목숨을 빼앗겼다. 마스트는 리프트의 상하 이동에 필요한 기둥이다. 08:44경 전북 고창군의 어느 공사현장에서 자재를 싣고 후진하는 화물차에 노동자 1명이 치여 목숨을 빼앗겼다. 21:59경 경남 김해시 주촌면의 어느 노상 오수관 맨홀(약 70cm 지름) 준설 작업에 투입된 노동자 2명이 복귀하지 않아 발주처인 김해시청의 공무원이 확인하던 중 쓰러진 상태로 발견됐는데, 그중 30대 노동자는 목숨을 빼앗겼다. 당시에 중태인 채로 발견된 중국 국적의 50대 노동자는 4일이 지난 19일에 결국 목숨을 빼앗겼다(뉴스1, 2023.05.20.).

게티이미지뱅크. 한겨레, 2023.05.16.
게티이미지뱅크. 한겨레, 2023.05.16.

5월 16일(화), 07:38경 경기도 김포시의 어느 공사현장에서 노동자 1명이 지붕을 교체하는 작업을 하려고 지붕 채광창을 밟고 이동하던 중 채광창이 파손되면서 바닥으로 높이 13m 아래로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10:53경 경남 합천군의 어느 도매업 사업장에서 운전원이 지게차를 운전하던 중 곡선 내리막길에서 엎어져 넘어지는 지게차에 깔려 목숨을 빼앗겼다. 12:36경 전남 목포시의 어느 숙박시설 신축공사 현장에서 70세 노동자 1명(대상건설 하청업체 소속)이 옥상에 대한 방수 작업을 마치고 외부 비계를 통해 내려오던 중 주차타워의 환풍구를 베란다 창문틀로 착각하여 들어가 높이 35m 아래 지상 바닥으로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14:00경 경기도 양주시의 제조업 사업장 태영C&T에서 34세 노동자 1명이 중량물인 드럼통의 밸브를 교체한 후 주변을 정리하던 중 지게차 포크 위에 적재한 약 1.2t짜리 드럼통이 넘어가면서 그 드럼통에 깔려 목숨을 빼앗겼다. 18:40경 경북 김천시의 어느 제조업 사업장에서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를 동료 작업자가 지게차(2.5t)로 하역하던 중, 작업 구간을 지나가던 개인차주가 넘어지는 원료(1.5t)에 맞아 목숨을 빼앗겼다. 이 사고는 발생한 지 37일이 지난 6월 22일 <사망사고 속보>에 올라왔다.

5월 17일(수), 08:55경 경기 파주시의 어느 신축 공사현장에서 노동자 1명이 외부 강관비계의 최상단(5단)에서 비계를 해체하던 중 높이 9m 아래로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11:20경 경기 용인시의 제조업 사업장인 대상 기흥공장에서 58세 설비 조작원이 맛소금 제조공정의 설비에서 나타난 고장(트러블·trouble)에 대해 조치하려고 ‘레벨 센서’(level sensor)를 분해하던 중 내부 압력으로 튀어나온 레벨 센서에 복부를 맞아 목숨을 빼앗겼다. 14:05경 경기 고양시의 어느 전기 공사현장에서 관로공(管路工)이 관로 매설에 필요한 굴착작업(폭 1.5m, 깊이 2m)을 하던 중 굴착 경사면의 토사가 무너지자, 매몰되어 목숨을 빼앗겼다.

5월 18일(목), 08:20경 경기 안성시의 어느 공사현장에서 배관공(配管工)이 굴착 구간(깊이 1.45m)에서 상수도관을 설치하던 중 굴착 경사면의 토사가 무너지자, 매몰되어 목숨을 빼앗겼다. 08:35경 대구 달서구의 어느 제조업 사업장에서 노동자 1명이 배합기를 점검하던 중 회전하는 배합기와 하강하는 롤러기 원료 투입 버킷 사이에 끼여 목숨을 빼앗겼다. 10:17경 충남 천안시의 제조업 사업장에서 보일러동(棟) 등유 저장실에서 원인 미상의 화재·폭발이 발생하여 노동자 1명은 목숨을 빼앗겼고, 다른 노동자 5명은 부상을 당했다. 아 사고는 발생한 지 7일이 지난 5월 25일 <사망사고 속보>로 알려졌다. 14:55경 부산 강서구의 어느 분사기 제조 공장에서 60대 노동자(조립 검사원) 1명이 밸브의 누출을 검사하려고 압력 검사용 기구(지그)를 돌리면서 질소를 투입하던 중 압력에 의해 폭발하면서 튀어나온 지그(jig)에 맞아 목숨을 빼앗겼다.

충남 태안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 발전소에서 고 김용균씨 2주기 현장추모제가 열린 2020년 12월10일 한 참가자가 쓰고 있던 안전모. 태안/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한겨레, 2023.05.21.
충남 태안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 발전소에서 고 김용균씨 2주기 현장추모제가 열린 2020년 12월10일 한 참가자가 쓰고 있던 안전모. 태안/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한겨레, 2023.05.21.

5월 19일(금), 07:50경 광주광역시 북구의 어느 목제품 제조업 사업장에서 지게차 운전원이 화물차에 실린 목재묶음(길이 6m, 무게 약 1.5t)을 지게차(2.9t)로 내리던 중, 목재묶음이 떨어지면서 넘어지는 지게차에 깔려 목숨을 빼앗겼다. 08:16경 경북 고령군의 어느 수리시설 개보수 공사현장에서 노동자 1명이 콘크리트 배수관(U형, 1.2m×1.2m) 설치에 대한 준비 작업을 하던 중, 회전하는 굴착기의 후면과 배수관 사이에 끼여 목숨을 빼앗겼다. 알려지지 않은 시간대에 지난 15일 경남 김해시에서 맨홀 준설을 하다가 사고로 중태에 빠진 채 발견된 중국 국적의 50대 노동자가 결국 목숨을 빼앗겼다. 17:13경 경남 함안군의 어느 알루미늄 제조업 사업장에서 신규 설치한 고주파 전기로를 시험 운전하던 중, 원인 미상의 폭발이 발생하여 노동자 2명이 화상을 입고 치료받던 중 한 명은 목숨을 빼앗겼다.

5월 20일(토), 05:25경 경남 거제시의 어느 세차장에서 노동자 1명이 차량운반용 닭장을 세척하려고 준비하던 중 세차장과 인접한 4m 아래 하천으로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이 사고는 발생한 지 18일이 지난 6월 7일 <사망사고 속보>에 올라왔다. 08:15경 충북 청주시의 어느 공장 신축건설 현장에서 굴착기로 기존에 설치된 가로등(길이 약 5m)을 철거하던 중, 넘어지는 가로등에 노동자 1명이 머리를 맞아 목숨을 빼앗겼다. 13:48경 경기 부천시의 어느 공사현장에서 노동자 1명이 달비계에 탑승하여 외벽에 방수 작업을 하던 중 8m 아래 지상 바닥으로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이 사고는 발생한 지 4일이 지난 5월 24일 <사망사고 속보>로 알려졌다. 15:00경 경남 양산시의 어느 제조업 사업장에서 제관공(製管工)이 연삭(硏削·물체의 표면을 갈아 반들반들하게 만드는 일) 작업을 완료한 철 구조물(1.6t)을 천장크레인에 슬링벨트(sling belt) 줄걸이 작업으로 눕히던 중, 슬링벨트의 훅(hook·고리) 이 탈락하면서 넘어지는 철 구조물에 깔려 목숨을 빼앗겼다. 제관공은 강철판을 자르고 구부리어 관을 만드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노동자다. 연삭은 물체의 표면을 갈아 반들반들하게 만드는 일이다.

장례식장으로 퇴근한 노동자! 목숨 빼앗긴 현장 노동자의 명복을 삼가 빈다. 별이 져도, 꽃이 져도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5년 5월 24일

*관련 기사: 맨홀 준설하던 노동자, 5m 바닥서 숨진 채 발견…1명은 중태 (한겨레, 2023.05.16.)

https://www.hani.co.kr/arti/area/yeongnam/1091991.html?_ga=2.25004282.1784464104.1684378432-1404263838.1647078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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