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신봉선 전 1.
어머니 얘기가 나왔으니 내친김에 어머니 얘기를 하고 싶다. 신봉선. 1931년생 어머니는울산 오정동에서 태어나 자랐다. 시골 선비의 딸로 남달리 부지런해서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무슨 일을 해서 아버지 어머니를 기쁘게 할까 하는 깜찍한 생각을 하는 아이.
소를 먹이러 간 김에 나뭇가지를 주워 머리에 이고 치마에 싸서 오는 아이. 한 번은 외할머니가 어린 어머니에게 먼 산 너머에 심부름하고 오면 명태 대가리를 준다고 했다. 혼자 가는 먼 길. 뒤에서 누군가 따라오는 것 같다. 무섭다. 명태 대가리만 생각하고 앞만 보고 뛰고 또 뛰어 마침내 명태 대가리를 얻었다. 그걸 구워서 동네 아이들한테 밥알만큼씩 떼어 주면서. "니 내 말 잘 들어야 해" "니 나 때리지 마라" 또 십 리 추운 길 따라가 고양이 손만 한 묘사떡을 얻어 동생들과 이불 속에서 나눠 먹으며 소곤소곤.  (2000년경 내 그림)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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