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신봉선 전 2.
어머니의 아버지. 나의 외할아버지는 시골의 선비로서 이름도 지어 주고 날도 봐주는 마을의 카운셀러이자 멘토이셨다. 어린 어머니가 밤에 화장실을 가다 보면 외할머니와 두 분이 시를 한 구절씩 서로 외워 가며 얘기를 나누셨다. 친구들과는 "향기 좋다 찔레꽃은 덕이 꽃일레라" "네모졌다 감꽃은 봉선이의 꽃일레라' 라면서 꽃이름 놀이를 하며 놀다가 누구에게 시집 갈 건가 얘기도 했다. 그때는 운전기사, 마도로스 등이 인기였는데 어머니는 "나는 다리 하나가 병신이라도 정신이 똑바른 사람한테 시집가겠다'고 해서 다들 놀라게 했다. 그래서 정신이 바르고 몸 아픈 아버지를 만났는지 모르겠고 그래야 좋은 씨를 받는다고 하셨는데 그 점은 내가 그저 송구스럽다.   (2000년경 삽화)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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