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져 간 금계국아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회원, 목사)
뭉툭한 바늘
수만 번 굴러 작은 틈새
물대포에 허우적거리다
풀풀 떨어져 버린 백남기 농민을 기억한다
금 간 콘크리트 옹벽
숨어있기도 버거운
바늘 같은 틈새 사이
금계국 노란 얼굴이 다시금 몸을 풀었다
이성 잃은 광풍
검은 까마귀 떼 앞세워
장대비 피바람 흉계를 감춘 채
고산천 금계국 군락 여지없이 짓밟는다
감추어진 적외선
짓눌린 압력은 또다시
노란 눈꺼풀로 숨이 막혀오고
곤봉에 채인 뻘건 선혈로 꽃등이 비릿하다
피리 불고
칼 춤추는 군주 앞에
곧은 붓은 박물관에 가보라고
주책없는 코브라들 기고만장 춤을 춘다
바늘귀 없는 바늘
몸 누일 방향 잃고
절벽 밑으로 떨어질 때는
바늘은 떨어져 나간 금계국 꽃술이 된다
쓰러져 간 금계국
죽은 듯 누워있으나
뿌리로 서로 딛고 줄기로 엮어
고산천 봄오는 날 꽃편지 답장 분주한 날.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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