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봉선전 9
우물에서 빨래하는 어머니를 보고 휴가를 오는 아버지는 "아주 촌닭이 다 됐군" 하셨다. 어른들은 두 살 나에게 "아버지 반갑습니다" 하라고 시켜서 그렇게 했는데 가실 때도 똑같이 해서 모두 웃었다.
어머니는 서울 가면 길 잃어버릴지도 모른다고 반대하는 할배의 만류를 무릅쓰고 서울 뚝섬에서 하숙하며 한 달간 지냈다. 네 살 그때 나는 헬기를 땅에 그려 보면서 내가 화가인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침내 5년 복무기간을 끝내고 아버지가 오셨다. 옛날 사람은 대가족이라 어른 앞에서 자기 처나 자식을 먼저 살가워하면 흉이어서 나를 안아 주기 전에 할배, 할매며 온 동네 친지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드린 다음에 어머니와 나를 반겨주셨다. 나는 너무 아버지랑 오래 떨어져 있어 반가운지 뭔지도 몰랐다.  (2000년경 그림)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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