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직업병 사례의 노동자는 1960년생 남성이다. 노동자는 1991년부터 약 28년간 옥외에서 활선, 사선 등의 전기 배전원 업무를 수행하다가, 2019년 3월 4일에 대학병원에서 기저세포암을 진단받았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기타 암이고 유해인자는 물리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우선,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 노동자는 전화 면담을 통해 진술하길, 전기 배전원으로 근무 전인 1985~1990년 약 6년간 곡물 도매업을 하는 회사에서 운송차량 운전기사로 업무를 수행하였다. 그러한 내용을 증명할 서류는 남아있지 않다. 이후 1991년부터 여러 배전 공사업체에서 공사계약에 따라 단기간 혹은 장기간 활선작업자로 약 25년 2개월간 업무에 종사하였다. 노동자는 상병 진단 시까지 약 25년 2개월 동안 배전활선 전공, 무정전(無停電) 전공, 지중배전 전공 등의 기능자격을 취득하여 전반적인 배전공사업무를 수행하였다. 노동자의 근무형태는 기간에 따라 변화하나, 노동시간은 1일 8시간으로 하절기(매년 4월부터 9월까지, 휴식 2시간)와 동절기(매년 10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휴식 1시간)는 각각 휴식시간의 차이로 인한 퇴근시간 변동 외에는 차이가 없었다.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노동시간은 1일 8시간이나, 실제 노동시간은 현장상황에 따라 다르고 대부분 초과근무를 하였다. 현재는 주 40시간제와 주 5일제 시행이 안정화되었다. 2010년 이전에는 주 6일 근무를 하는 동안 1일 7시간 정도는 햇빛에 노출되었다고 노동자는 진술하였다.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노동자는 2019년 2월에 수년 전부터 발생한 좌측 코 주위의 뺨과 오른쪽 관자놀이 부위에 발색(發色)한 각각 0.5×0.5cm 크기의 과색소성(過色素性) 반점을 주소로 피부과에서 조직검사를 한 결과 암 조직 소견이 보여 치료차(治療次) 대학병원으로 옮겨 당시 적출된 병리조직의 재검사를 통해 기저세포암을 확진 받았다. 이후 검사를 통해 전이 병변이 없음을 확인 후 2019년 4월에 입원하여 병변 적출술과 결손부위 피판술(皮瓣術·다른 부위에서 떼어낸 피판을 이식하는 수술)을 받고 퇴원하였다. 재발여부를 확인하려고 추적관찰 중이다. 노동자는 B형 간염 보균자로 2014년에 간경화로 진단받았다. 이외에 방사선 치료나 질환관련 약물복용 이력은 확인되지 않았다. 노동자는 응답하길, 평소 음주는 하지 않았고 가족력도 없다.

직업성·환경성 암환자 찾기 119와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플랜트건설·학교비정규직·화학섬유 노동자들이 28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전국 직업성·환경성 암환자 찾기 운동 선포식을 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한겨레, 2021.04.28.
직업성·환경성 암환자 찾기 119와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플랜트건설·학교비정규직·화학섬유 노동자들이 28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전국 직업성·환경성 암환자 찾기 운동 선포식을 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한겨레, 2021.04.28.

노동자는 옥외 업무 중 강한 햇빛으로 인한 자외선과 22,900V 활선의 전자기장에 노출되어 상병이 발생하였다고 주장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을 신청하였고, 근로복지공단은 업무관련성 확인에 필요한 역학조사를 2020년 1월 31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의뢰하였다.

2022년 12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서면심의·2022.12.22.~12.26.)는 아래와 같은 다섯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노동자의 상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노동자는 만 59세이던 2019년 3월 피부암을 진단받았다. 둘째, 노동자는 1991년 11월부터 상병 진단 시까지 약 28년 동안 옥외에서 활선(活線), 사선(死線) 등 무정전 배전작업을 담당하였다. 현장 이동 때 활선작업차 운전과 현장 작업 때 절연 버킷(bucket)에 탑승하여 활선작업을 수행하였다. 셋째, 노동자의 질환과 관련된 작업환경 요인 중에서 국제암연구소에서 충분한 근거를 갖는 발암 요인으로 분류하는 유해인자에는 태양광선 노출이 포함되며, 전자기장 노출과 기저세포암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는 몇몇 실험연구가 수행됐는데도 충분한 근거로는 부족한 실정이다. 넷째, 작업환경 특성상 옥외에서 태양을 가릴 수 있는 그늘이 제공되기 힘들다는 점, 절연 버킷에 탑승하여 상시로 얼굴을 들고 작업한 점, 절연용 보호구 외 햇빛을 차단할 수 있는 개인용품 등을 안전규정상 착용할 수 없어 노출된 점 등을 고려하여 포항지점 기준 월별 평균 일별 UVB(Ultraviolet B·자외선 B) 누적선량 평균의 70% 수준에서 안전모 착용 시 차단확률을 75%로 환산하였을 때 노동자는 하루 평균 0.12~0.56kJ/㎡의 선량에 노출됐을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자외선 차단 보호 설비와 보호구가 없는 상태에서 노출수준을 추정한 것으로 ICNIRP(International Commission on Non-Ionizing Radiation Protection·국제 비이온화 방사 보호 위원회)에서 권고하는 수준인 30J/㎡와 비교하여 최대 18배 높은 수준이다. 다섯째, 제한적이기는 하나 선행 역학연구를 통해 기저세포암의 위험도가 증가했다고 보고된 집단의 야외 태양 노출시간(35,000시간), 자외선 B의 누적 노출 홍반선량(紅斑線量) 6,126SED(=612.6kJ/㎡), 누적 노출수준 등을 비교했을 때 노동자의 25년 2개월간의 야외 작업에 따른 태양광선에 의한 노출수준이 더 높다고 평가된다.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유방암에 걸렸지만 역학조사가 1369일(지난 1월31일 기준) 넘게 진행되면서 산재 결과를 받지 못하고 있는 최진경씨가 지난달 25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집에서 과거 근무하던 시절의 일과 암 투병의 고통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한겨레, 2023.03.10.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유방암에 걸렸지만 역학조사가 1369일(지난 1월31일 기준) 넘게 진행되면서 산재 결과를 받지 못하고 있는 최진경씨가 지난달 25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집에서 과거 근무하던 시절의 일과 암 투병의 고통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한겨레, 2023.03.10.

참고로, UVB는 대부분 오존층에 흡수되는데도 일부는 지표면에 도달하고 그 파장 영역은 280~315nm다(질병관리청). 1J/㎡는 1㎡에 조사된 에너지가 0.2388cal임을 표시하는 단위다. 단위 1줄(Joule)은 1뉴턴의 힘으로 물체를 1m 이동하였을 때 한 일이나 이에 필요한 에너지다(위키백과). SED(Skin Erythema Dose)는 피부 홍반량의 단위다. ‘최소 홍반량’(Minimum Erythema Dose·MED)은 UVB를 사람의 피부에 조사한 후 16∼24시간의 범위 내에, 조사영역의 전 영역에 홍반을 나타낼 수 있는 최소한의 자외선 조사량이다(자외선 차단효과 측정방법 및 기준, 식품의약품안전처고시 제2013-50호). 피부 홍반량은 약 6Gy로 3주 후에 가벼운 색소침착과 6주 후에 뚜렷한 색소침착을 초래하는 정도를 나타낸다. 그레이(Gray, Gy)는 방사선의 단위이다. 1그레이는 물체 1kg당 1줄(Joule)의 에너지를 흡수시키는 방사선량이다(atomic.snu.ac.kr).

노동자는 2019년 3월 피부암을 진단받은 이후 약 3년 10개월이, 2020년 1월 31일 역학 조사를 의뢰한 지 약 2년 11개월이 따로따로 떠나간 2022년 12월 26일에서야 역학조사평가위의 심의가 완료되었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5년 6월 19일

*관련 기사: 유해환경서 바친 청춘…암은 산재승인 기다린 4년간 온몸으로(한겨레, 2023.03.10.)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82981.html?_ga=2.89896926.495173486.1687128304-1404263838.1647078447

편집 :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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