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여름에게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딱새 한 마리도
생을 마감하는 어두운 날에는
울음 한 조각도 어설피 남기지 않는 법
파리해진 목소리로도 짙푸른 녹음을 넓혀간다
날개 접은 뻐꾸기
천연덕스런 목소리로 아침을 묻고
저녁이 되어 아침을 놓아주던 목소리
내일을 연주할 악보 하나 어두운 밤에도 준비한다
계곡을 더듬거리는
가제 한 마리도 여름에는
번역기 하나쯤 달고 살기를
어제보다 더 내일 같은 오늘을 보낸다고
접시꽃이 원추리보다
더 넓은 꽃밭을 꿈꾸던 날
꽃보다 더 꽃 같은 삶으로 피어나기를
여름은 또 다른 여름을 내어주는 길목을 향한다
나도 때로는 나를 몰라
안타까워하는 나를 지우고 싶을 때
석양빛 단선 열차에 가벼운 몸을 싣고
쥐어진 한 장의 승차권에게 내 길을 묻는다
얇은 여름은 깊은 여름에게
뜨거운 얼음은 더 뜨거운 얼음에게
중저음 매미는 달구어진 대낮에게 묻는다
냉동실에 포박된 겨울을 꺼내는 날은 언제냐고
편집: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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