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일기장 5

1972년 2월 4일.
아내는 지금 파출소에서 밤을 지새운다. 어쩌다 만화쟁이가 된 죄로 불량만화 단속에 걸려 즉결에 간다고 집을 떠났다. 파출소에 갔더니 무슨 큰 죄나 지은 것처럼 딱딱하게 굴며 아예 접근조차 못 하게 하는 순경들의 언동에 정말 어이가 없다. 오늘 밤을 지새우고 내일 오후에라야 재판받을 수 있다고 하니 지루한 시간과 추위를 감당할 수 있을지. 가장으로서 응당 내가 가야 할 처지이나 환자의 몸인지라 아내가 서슴지 않고 나섰다. 해마다 불량만화 단속 기간을 정해 단속을 나서지만 도대체 불량만화를 무엇을 기준으로 삼는지 알쏭달쏭하다. 무제한 쏟아져 나오는 만화 중 일선 업소에서 어떻게 불량만화를 골라낼 수 있단 말인가. 
  (2013년 삽화)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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