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짙어가는 으스름한 6월 초순

여느 날처럼 저녁산책 중이었다.

저 멀리 희미한 달빛아래 벚나무 밑에서

나뭇가지를 당기고 있는 할머니가 보였다.

무슨 일인고 하여 가까이 다가가 보니

버찌를 한 움큼씩 따서 입에 넣고 우물우물 먹고 계셨다.

키가 좀 작아서인지 한 손으로 가지를 붙들고 한 손으로 버찌를 땄다.

가만히 보고 있다가 안타까움에 다가가

많은 열매가 달린 가지를 살며시 당겨 주었다.

할머니께서 놀라셨는지 흠칫 곁눈질로 나를 흘겨보신다.

낯섦에 싫지만 좋기도 한 듯 했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버찌를 계속 따 드신다.

한참 후 할머니께서 고개를 돌려 고맙다는 눈인사를 보냈다.

손바닥을 보니 새카맣게 물이 들었고 입 주위도 비슷했다.

그런 상황을 모르시는지, 개의치 않으시는지...

나는 조심스럽게

 

“할머니, 이게 잡술만 합니까? 맛있어요?” 라고 물으니

멋쩍게 웃으시면서

“아니? 이게 약이에요! 약~”

그것도 모르냐는 듯 다소 크게 말씀하신다.

“아 예~ 그러시군요? 약이군요?”

말하면서 가지를 더 잡아당겨드렸다.

그랬더니 할머니께서

“아니에요. 이젠, 됐어요.”

하시면서 잡고 있던 가지를 놓는다.

수상쩍게 나를 위아래로 쳐다보더니

말없이 반대쪽 길로 가신다.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 나는

“할머니, 건강하십시오.”라 인사드리니

“예, 고맙습니다.”라고 답하며 밤길을 재촉한다.

 

혼자 가시는 뒷모습이 괜히 쓸쓸해 보였다. ‘내 느낌이겠지 뭐’를 되 내이면서 할머니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한참을 서서 바라보았다. ‘나이 들면 다 쓸쓸해지고 외롭겠지. 나도 곧 할머니와 같아지지 않겠어?’ 나에게 속삭였다.

생명은 고귀하고 삶은 아름답다고들 말하지만, 늙어 혼자 살아가는 어르신들을 보면 참으로 안쓰럽다. 하지만 늙은이로 살 수 있음이 또한 얼마나 큰 축복인가? 늙어보지도 못하고 가신 분들도 많이 계실 테니까.

 

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tp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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