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광한루 연못(작가촬영)
남원광한루 연못(작가촬영)

 

여름 사냥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회원, 목사)

 

인적 드문

깊은 산골 폭포 밑

짙어가는 녹음 한 아름

강을 만나기 전 계곡에서

갈증 난 피서객을 마음껏 주무른다

 

벌거벗은 아이들

계곡에 뛰어드는 목소리

무거운 손발보다 먼저

흘러내린 땀을 붙잡는 여름

강바닥을 더듬는 버들치를 게워 낸다

 

사라진 원두막

빈자리 비닐하우스

수박덩이는 강렬한 여름을 쪼개고

시원한 카페를 찾은 가족들

입에 걸친 팥빙수 시름의 보따리를 푼다

 

시도 때도

알 바 없는 장맛비

밤나무 묘목 넘어선 개망촛대

질긴 여름보다 더 무성한 잡초는

한나절 예초기를 불러 낫질을 기다린다

 

부는 바람을

붙잡은 실외기는

선풍기 날개를 걷어차고

시린 바람을 사냥하는 날

콤푸레샤 열기는 북극성 얼음 불러온다

 

집중치료실에서

갓 올라온 무인실 환자

어젯밤 악몽보다 힘든 꿈

다시는 중환자실 내려가지 않기를

악몽 끝나는 날 병실 나선 꿈을 사냥한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박명수 주주  kosen21c@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