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일기장 15

어젯밤 갑자기 재동이가 내려 왔는데 용건은 이번 신학기부터 고등학교 교사 (휘문고)로 임용되어 각종 서류를 갖추러 온 모양. 아는 선배의 청탁으로 발탁되었다. 아무튼 기쁜 일이다. 수동이는 강원도 화천지구 사단 포병부대에 있다고 한다. 명이는 한 달간 근무한 대가로 일금 2만 원을 받아 왔는데 실적 부진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급여를 받지 못했다. 외판원이라는 조건 때문에 그간 회사와 몇 차례 실랑이도 있고 해서 오늘로 깨끗이 퇴직한다고 한다. 한 달간 무료(?) 봉사한 셈치고 그만두는 것이 좋겠다고 타일렀다.

훗날 명이는 학교 경리로 일했는데 늘 교감선생이 "박양, 커피 한 잔" 하며 차를 끓이게 하자 "선생님, 저는 여기 일하러 왔지 커피 심부름하러 온게 아닙니다. 교감 선생님 커피는 교감 선생님이 끓여 드세요" 라고 말해 교감 선생님 스스로 끓여 마셨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아버지가 "과연 내 딸이다!" 라고 하셨다 한다. (1978년경 명이 졸업식 사진)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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