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직업병 사례의 노동자는 1963년생 남성이다. 노동자는 1987년부터 2020년 6월까지 약 33년간 화학공장과 제철소, 국외의 발전소 설치, 교체, 셧다운 등의 현장에서 일용직과 단기계약 용접공으로 용접작업을 수행하였다. 2020년 12월 9일 파킨슨병을 진단받았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신경제 질환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우선,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 노동자는 1987년부터 2020년 6월까지 화학공장과 제철소, 국외 발전소 등의 여러 현장에서 일용직과 단기계약 용접공으로 근무하였다. 노동자는 1987년부터 약 33년간 용접작업을 수행하였다. 주로 배관용접 작업을, 간혹 탱크용접 작업을 각각 수행하였다. 배관 용접 시 행한 용접부위별 구성비는 바닥용접 50%, 천장용접 20%, 측면용접 15%, 모서리용접 5%였다. 노동자는 관 연결 부위를 클램프(clamp·물건을 조여서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하는 도구)로 잡아 고정하고 브라켓(bracket)을 맞추어 현장의 바닥, 천장, 측면 등에 용접한 후 노출된 부위를 매끄럽게 망치로 두드리는 작업, 건축물의 바닥면 또는 천장면의 이음새 부분에 브라켓을 맞춘 후 모서리용접 작업 등을 수행하였다. 주로 아크(arc) 용접과 티그(TIG·Tungsten Inert Gas) 용접을, 간혹 CO2용접을 각각 수행했다. 실외 작업이 30%, 실내 작업이 70%이었는데도 환기설비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노동자는 말하길, 2000년 이전에는 보호구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고, 2000년 이후에는 지급되었으나 보호구 착용이 곤란하여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작업하였다. □ 사업장 2020년 상반기 작업환경측정결과 자료상, 노동자에게 보호구로 안전모, 안전화, 방진마스크 등 적정 보호구를 지급하여 착용하도록 했다. 플랜트 설비의 용접, 배관 공사 등 대부분의 공사는 옥외에서 진행되었다.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노동자는 2017년경부터 목덜미 통증, 양측 팔과 손가락의 저림, 힘 빠지는 증상 등이 발생했고, 만 57세가 되던 2020년 4월경부터 그런 증상이 심해졌다. A로컬병원에서 목뼈 신경병증 진단으로 7월에 행한 목뼈 MRI검사상 C4(4번 목뼈)에서 T1(1번 등뼈)에 걸쳐 척추 협착 소견이 보여, B대학병원에서 2020년 7월 20일 전방경유 디스크 절제술과 골유합술(骨癒合術)을 받았다. 유합술은 인접한 뼈나 피부, 근육 따위를 붙이는 수술이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김선광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딥러닝 기반 세포 검출 알고리즘의 작동 모식도.경희대 제공. 한겨레, 2023.07.24.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김선광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딥러닝 기반 세포 검출 알고리즘의 작동 모식도.경희대 제공. 한겨레, 2023.07.24.

수술 후에 재활치료 중 여전히 팔에 힘이 없고 목의 뻣뻣한 증상과 함께 진전증상(몸이 떨리는 증상)이 지속되어 2020년 12월 파킨슨증을 감별하려고 B대학병원에 의뢰되었다. 노동자는 내원 당시 가면얼굴(masked face), 운동느림증(bradykinesia), 진전(振顫·떨림) 등을 보였다. 가면얼굴은 얼굴 표정근육 움직임의 저하와 부조화로 얼굴을 통한 감정 표현이 이뤄지지 않아 마치 마스크를 쓴 듯한 표정이 없는 얼굴을 말한다.

노동자는 질환 감별을 위해 병원에서 수행한 뇌의 CIT-PET 결과상 선조체(Stratum)의 후위 조가비핵(Putamen)에서 FP-CIT결합 감소가 양측이 비슷하게 관찰되어 2021년 1월 14일부터 파킨슨증후군 진단하에 도파민제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망간 유도성 파킨슨증후군에 대하여 B대학병원에서 직업환경의학과 특진(2021년 3월 5일)을 받았고, 원발성(idiopathic) 파킨슨병으로 보는 게 합당하다고 평가되었다. 노동자는 특이 질환은 없었으며, 흡연은 전혀 하지 않았고 음주도 거의 하지 않았다.

노동자는 용접작업을 수행하면서 장기간 각종 용접 흄과 금속분진에 노출되어 질병이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질병 여부 판단에 필요한 역학조사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요청하였다.

2023년 5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서면심의·2023.05.24.~5.26.)는 아래와 같은 일곱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노동자의 질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이미 고인이 된 노동자는 만 57세인 2020년 12월 9일에 대학병원에서 파킨슨병을 진단받았다.

둘째, 노동자는 1987년부터 2020년 6월까지 약 33년간 여러 현장에서 일용직과 단기계약 용접공으로 주로 아크용접과 TIG용접을 수행하였다.

셋째, 질병과 관련된 직업환경 요인으로 망간중독, 농약 노출, TCE 노출, 일산화탄소 중독 경험 등이 보고되어 왔다. 우리나라 건설현장에서 철구조물 제작과 설비 배관 용접 작업에서 노출되는 망간의 노출수준은 0.021㎎/㎥∼0.487㎎/㎥으로 보고되어 왔다.

넷째, 용접공으로 용접작업을 수행하면서 용접의 대상이 일정하지 않고 작업 장소에 따라 망간 등에 노출된 농도는 다를 수 있다. 망간이 함유된 용접재료로 용접작업을 수행한 점, 아크용접을 주로 수행했던 점, 보호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점, 실외 작업이 30%이고 실내 작업이 70%인데도 환기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 등으로 보건대, 노동자는 망간에 0.487㎎/㎥의 수준으로 오랫동안 계속 노출됐을 것으로 평가된다.

다섯째, 임상증상과 검사소견은 특발성 파킨슨병과 2차성 파킨슨병을 감별하기에는 불명확한 상태여서, 업무관련성은 파킨슨증후군에 준하여 평가됐다. 최근 역학연구에서 보고되길, 파킨슨증 증상의 진행이 관찰된 용접공 집단에서 보이는 평균 망간 노출수준은 0.14㎎/㎥이다.

여섯째, 미국정부산업위생전문가협회(ACGIH·American conference of governmental Industrial hygienists)는 신경 독성효과를 고려하여 흡입된 망간 입자의 시간가중평균농도(TLV-TWA)를 0.02mg/m3로 낮췄다. TLV-TWA(Threshold Limit Value-Time Weighted Average)는 1일 8시간, 주 40시간 동안의 평균농도다. 즉, 거의 모든 노동자가 1일 8시간 또는 주 40시간 작업을 하더라도 신체가 악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추정되는 평균농도다. 곧, 그 농도를 조금만 초과해도 신체는 악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영어 threshold는 문지방이기에 그 뜻은 임곗값으로 확장된다. 역치(閾値·threshold value)는 생물체의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자극의 최솟값이다. 달리 말하면, 생물체가 반응하지 않고 참아낼 만한 자극의 최댓값이다.

일곱째, 요컨대, 이미 고인이 된 노동자가 장기간 노출된 망간 농도 0.487㎎/㎥은 우리나라 철구조물 제작과 설비 배관 용접 작업 시 망간의 노출수준 범위 0.021㎎/㎥∼0.487㎎/㎥의 최대값에 해당하고, 파킨슨증 증상 용접공 집단의 평균 망간 노출수준 0.14㎎/㎥의 3.5배이고, ACGIH의 망간 입자의 시간가중평균농도(TLV-TWA) 0.02mg/m3의 약 24.4배 수준이다. 노동자가 노출된 망간 농도는 진행성의 퇴행성신경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된다.

노동자가 2020년 12월 9일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이후 약 2년 7개월이 떠나간 2023년 5월에서야 역학조사평가위의 심의가 완료되었다.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로 보건대, 노동자는 산재요양급여를 신청하였으나 역학조사평가위의 심의 결과를 보지 못한 채 목숨을 빼앗겼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5년 8월 7일

*관련 기사: 경희대 김선광 교수 연구팀, 파킨슨병 연구 핵심인도파민 신경세포 정확히 세는 알고리즘 개발(한겨레, 2023.07.24.)

https://www.hani.co.kr/arti/economy/biznews/1101453.html?_ga=2.145629620.1662546553.1691389603-1404263838.1647078447

편집 :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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