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일기장 27

막내 명이 결혼 날이다. 계획한 대로 수동이가 8시 넘어서 병원으로 차를 몰고 왔다. 새삼 용기를 내어 차에 올랐다. 마음가짐때문인지 예상 외로 큰 지장은 없었다. 영하 6도의 강추위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10시 정도가 되었다. 벌써 집안 사람들이 음식물을 정리하고 있다. 온 집안 사람들이 걱정해 주는 가운데 따뜻한 방에서 몸을 쉬었다. 2시가 다 돼서 식장에 도착하니 이미 하객들이 장내를 메우고 있었다.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딸 아이를 인도했다. 몸은 말을 듣지 않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사히 신랑에게 명이를 넘겨 주었다. 지금도 그 순간의 느낌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다. 예단실에서 사돈과 처음으로 대면했다. 간단한 인사 절차를 끝내고 귀가했다. 저녁에 병원에 돌아오니 8시 30분이었다. 잔치 음식을 갖고 와서 우리 병실에서 간단한 연회를 했다. (2013년 삽화)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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