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녀린 채송화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줄기 붙잡은 망촛대
흔들거리던 기생초
태풍 훑고 간 자리
신부 얼굴처럼 단아한데
박혀있던 전봇대가 뽑혀 눕는다
거센 바람에
휘어질지언정
부러지지 않던 대나무
검은 입 갉아 먹고
스스로 무너져 길을 막는다
궐련(卷煙)보다 독한 담배
틀어쥔 호흡은
마른기침 다독이고
조깅화 뒤꿈치를 밟은 채
새벽 공기를 찢어 슬피 운다
한바탕 내린
굵은 빗줄기
비명횡사한 암탉 무덤
별일 없다는 듯 아침은
파란 땡감 하나 나뒹군다
땡감보다 떫은
채송화 뿌리는
벽체와 대리석 사이
생명의 목줄을 붙잡고
화가를 불러 생명을 설계한다.
편집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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