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일기장 34

"여한 없이 살았다"라는 아내의 독백이 골수에 사무친다. 20대 후반 청춘이 아니었던가? 사경을 헤매는 남편과 철부지 3남매를 데리고 산 설고 물선 타향살이 20여 년. 이제는 반백이 다 된 50대 후반. 이불 하나, 동이 하나, 솥 하나 들고 부산의 빈민지대 전포동에서 자리를 잡으면서 고생길을 열었다. 서툰 풀빵 장수라 몸빼는 밀가루투성이였지.. 눈물을 삼키면서 살아온 아내.  한 맺힌 내 가슴을 한없이 울린다. 그래도 "여한 없이 살았노라." 하니 더욱 한이 맺히는구나! 오늘 밤도 선잠이 깨서 내일 장사 준비로 차가운 손을 불면서 밀가루 반죽을 하는 아내의 투지는 나의 투병 상대가 될 수 없다. (50년대 후반 나의 유화)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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