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일기장 35

작년 가을에 사 놓았던 빙수 기계를 풀고 청소를 하고 빙수 갈 준비를 하느라 오전 시간을 다 보냈다. 우리의 빙수 역사는 길다. 60년도에 부산에 내려가서부터 시작했으니 26년의 경력이다. 당시는 수동식이어서 힘이 많이 들었다. 그러나 아내는 갓 서른이었고 나도 간혹 돌리는 경우가 있었다. 그때는 큰 그릇에 수북이 갈아 주고 1원을 받은 것 같다. 하루 20관을 갈다 보면 아내의 팔은 피로가 연속됐지만 그때는 젊었으니 자고 나면 다시 활기찬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26년의 세월이 흘러 곧 지치고 만다. 그래도 아직 빙수기와 씨름을 해야 하는 아내. 세월에 속아 살아 온 지 몇 년이 되었던가. 오늘도 내일도 세월의 속임수에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일는지.(1984년 사진)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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