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필자촬영)

 

눈물 흘리는 바다

                                          박명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산허리 밭두렁

가녀린 달래 줄기

모종용 비닐 곽을 비집고

버거워진 흰 목을 꺾은 채

뚫린 울음을 하고 슬픈 바다를 향한다

 

플라스틱 병뚜껑

아귀 입을 지나

어두운 터널 속에서

질긴 원유(原油) 입에 물고

숙명 같은 타액을 유감없이 삼켜간다

  어청도(필자촬영)
  어청도(필자촬영)

 

식어버린 얼음 조각

핥다 지쳐 헐떡이는 북극곰

눈앞에 연어를 목격한 날

끈적이는 아이스크림을 먹다

배앓이하는 아이처럼 힘없이 주저앉는다

 

곰 등위에 앉은

고독한 직박구리

실 끈 묶인 발목을 하고

무너진 빙산에 머리를 맞아

방향 잃은 항구에서 빛 없는 낮을 보낸다

 

대왕문어 실험실

버려진 물은 가자미로 살아

먹이사슬은 문어발을 녹여

*횃불같이 타는 큰 별이 되어

문어 머리 입에 물고 깊은 바다로 떨어진다.


* 횃불같이 타는 큰 별 : 성경 요한계시록 8:10을 인용한 말로 세상 말세의 징조를 나타내는 표현

  어청도(필자촬영)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박명수 주주  kosen21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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