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직업병 사례의 노동자는 1960년생 남성이다. 노동자는 1987년 6월 □사업장에 입사하여 약 33년 동안 품질관리와 도장 T/UP, 도장검사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60세가 되던 2020년 11월 24일 ‘급성 전골수 구성 백혈병’(急性前骨髓球性白血病)을 진단받았다. 그 병은 심한 출혈성 질환 형태로 나타나는 백혈병이다(네이버 국어사전).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림프조혈기계암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우선 용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구글 바드’를 활용하여 검색하면, T/UP(troubleshooting and repair·문제해결과 수리)은 자동차 업계의 용어로 ‘개선’을 뜻하고, 의장 생산 공정의 품질 향상을 도모하는 업무다. 도장 T/UP은 도장 공정에서 도장 작업을 완료한 후 도장 면의 기포, 긁힘, 흠집 등을 제거하는 작업이다. ‘도장body 검사’는 자동차의 도장 표면을 검사하는 작업이다. 의장트림(trim)은 자동차의 내·외부를 장식하고 기능을 올리려고 부착하는 부품이다.

이제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을 살펴본다. 노동자는 군 제대(중장비 운전 수행) 후 1987년 6월 □사업장으로 입사하여 조립과 품질관리(약 3년 9개월), 의장 T/UP업무(약 1년), 도장body검사(약 28년 10개월), 의장트림 조립작업을 수행하며 약 33년 4개월 근무하였다. 노동자는 사무직 업무를 약 3년 9개월간 수행하였고 마지막 공정인 의장 트림 공정에서는 약 9개월간 조립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소음 외 유해인자는 전혀 없었다고 진술하였다. 1991년 3월부터 의장 T/UP repair 업무를 약 1년간 수행하였으며, 약 28년 10개월간은 도장이 끝난 차체가 대피라인을 통해 건조되어 나온 후 품질관리를 하는 공정에서 육안과 촉각 검사를 수행하였다.

어떤 노동자가 서울 근로복지공단 표지판 위에 쪼개진 삼성전자 로고를 투명 테이프로 붙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겨레, 2023.07.25.
어떤 노동자가 서울 근로복지공단 표지판 위에 쪼개진 삼성전자 로고를 투명 테이프로 붙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겨레, 2023.07.25.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노동자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상시로 속이 울렁거리고 메스꺼웠으며 두통, 시력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고 주장하였다. 2020년 1월부터 피곤하고 머리가 아픈 증상이 나타났으며, 2020년 10월 건강검진에서 백혈구 감소가 관찰되어 A대학병원에 내원하여 60세가 되던 2020년 11월 24일 ‘급성 전골수 구성 백혈병’을 진단받고 항암치료를 하였다. 특이 과거력은 없고, 가족 중 혈액암을 포함한 암 가족력도 없었다. 혈색소(Hemoglobin·적혈구에 함유된 헤모글로빈의 양)는 2015년 건강검진에서 12.3g/dL이고 2016년 14.7g/dL, 2017년 13.5g/dL로 나타났다. 혈색소의 남성 정상수치는 13.5-17.5g/dL이다(세브란스 건강정보). g/dL은 ‘grams per deciliter’의 약자이고, 100mL의 혈액에 포함된 물질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다. 노동자는 진술하길, 흡연과 음주는 하지 않았다. 동료 노동자는 과거 흡연자로 약 10년 전 금연하였으며 과거 음주자로 약 10년 전 술을 끊었다고 진술하였다.

노동자는 재직기간의 대부분을 차량 도장검사 업무를 수행하며 시너, 도료 등에서 노출 가능한 벤젠 등으로 인해 상병이 발생하였다고 생각하여 업무상질병 인정을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2021년 4월 21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업무관련성 확인에 필요한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2023년 6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비대면화상회의·2023.06.16.)는 아래와 같은 네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노동자의 질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노동자는 60세가 되던 2020년 11월 24일에 ‘급성 전골수 구성 백혈병’을 진단받았다. 둘째, 1987년 6월 □사업장에 입사하여 약 33년 동안 품질관리 및 도장 T/UP, 도장검사 업무를 수행하였다. 셋째, 노동자의 질병과 관련된 작업환경 요인으로 충분한 근거를 지닌 요인은 벤젠과 포름알데히드다. 넷째, 노동자는 1991년 3월부터 1년 동안 도장 T/UP 업무를 수행하면서 벤젠과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됐고, 이후 28년 10개월 동안 도장검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저농도의 벤젠과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됐다고 판단한다.

노동자가 2020년 11월 24일 ‘급성 전골수 구성 백혈병’을 진단받은 이후 약 2년 7개월, 근로복지공단이 2021년 4월 역학조사를 의뢰한 지 약 2년 2개월이 각각 떠나간 2023년 6월에 역학조사평가위의 심의가 완료되었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5년 9월 1일

*관련 기사: ‘삼성 백혈병 산재’ 인정에 근로복지공단 또 불복(한겨레, 2023.07.25.)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01712.html?_ga=2.161190973.1471237512.1693469479-1404263838.1647078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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