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계적으로 핫한 영화가 오펜하이머이다. 런닝타임이 장장 3시간이나 된다.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나 지식 없이 영화를 마주 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란 이유로 세상을 파괴하는 원자폭탄을 만든 원폭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어지는 긴장감속에 지루함 없이 다큐멘타리 영상을 본 것 같다. 

영화는 오팬하이머에 대한 사상검증 청문과정을 시작으로 그가 살아온 인생역정이 조명되고, 특히 2차대전을 종결시킨 히로시마 원폭제조 및 투하과정 등 관련 스토리를 다룬다. 긴 시간 오펜하이머의 양심과 사상을 검증하는 과정을 보면서 20세기 미국현대사를 관통하는 냉전시대 오펜하이머의 휴머니즘, 평화주의에 대한 신념, 실천, 그에 따른 고통과 갈등을 상상하게 한다.인간의 존엄, 자유, 정의를 위한 외침은 살아있는 인간의 외침이다. 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이 나오기 훨씬 이전에도 로버트 오웬 등 기독신앙인들이 인간의 행복을 위한, 자유와 평등, 복지를 위한 공동체 건립운동이 있었다. 그들은 마르크스의 자본론이나 공산당 이론서와 무관하다.

미국 남북전쟁 이후 급속한 산업화로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생존에 고통을 겪는 많은 사람들이 발생했다. 특히 원주민, 흑인, 유색인 이민자, 백인노동자 등 이들은 인간다운 삶을 위한 자유, 인권, 생존권을 요구해 왔다. 노동조건개선, 임금인상, 차별반대, 등 생존권 보장을 주장하며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악덕 공장주, 자본가들에 대항하여 싸웠다.

인간의 양심으로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내가 행복하려면, 다같이 행복해야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행복하려면 먹고사는 게 기본이 되어야 하고, 속박과 차별이 없어야 한다. 반면 빈곤, 억압, 불평등은 정의감을 유발시킨다. 이것은 원천적인 양심의 영역인 것이다. 전 서방 세계를 휩쓴 산업화의 여파로 발생한 심각한 빈부격차, 차별, 인권유린에 다수이던 사회적 약자가 그들의 생존을 위해 자연법적 인간존엄권을 지키기 위해 연대하고 행동하며 주도하던 말과 생각, 글들 그것이 인본주의, 휴머니즘, 진보주의였던 것이다.

대공항으로 나라가 폭망할 상황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사회주의적 정책인, 뉴딜정책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여 위대한 대통령으로 자리 매김한다. 루스벨트는 공산주의자라고 비난도 받았지만 역으로 뉴딜정책으로 미국의 사회주의 세력은 거의 소멸되다시피했다. 사회당 지도자 유진 뎁스가 유명세를 떨치고 한때 제3정치세력화 되었던 미국 사회주의는 루스벨트의 뉴딜정책으로 지리멸렬했다.

20세기초, 특히 1930년대 대공항 이후 미국의 많은 지식인들은 사회주의사상에 경도되었다. 엄혹한 시기에 인간존엄, 생존권, 평화, 행복의 아젠다가 사회주의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오펜하이머는 이 시대 교수노조활동을 하고 공산당 활동을 했던 연인 진 테드록과 사랑에 빠졌고, 스페인 내전 당시 공화파에 월급의 일부를 기부하기도 했다. 매키시즘 광풍이 불던 시절 오펜하이머의 행적은 FBI의 끝없는 감시를 받고 맨해턴 프로젝트 최고책임자로서 2차대전을 종결시킨 애국자였음에도 의심을 받고 보안권한을 박탈 당하기까지 한다.

1930년대 스페인에서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된 민주공화정을 파괴하고 나치 히틀러, 뭇솔로니와 연대한 프랑코의 군부쿠데타세력이 민중을 학살할 때 전세계의 지성은 공분했고, 금전, 물질로 지원하고 참전까지 했다. 스페인 내전 당시 참상을 겪던 공화파 지원모금에 오펜하이머가 참여한 것은 순수한 양심의 발로로 볼수 있는 대목이다.

2차대전 이후 세계는 미소 양대국으로 진영이 형성되고, 서방을 지배하는 미국, 거대 독점재벌카르텔의 이익을 대변하던 미국이 소련에 대항하여 미국자본주의질서를 지키기 위해 내세운 게 자유주의이고 반공주의이다. 이 연장선에서 우리 민족은 동족상잔의 참변을 겪었다. 미국에서도  특히 한국전쟁 발발 후 극심한 반공주의 선풍이 불고 미국의 많은 반전평화운동, 진보주의자들이 매카시즘에 희생되었다.

오펜 하이머는 나치가 원폭을 먼저 개발할 것을 걱정하면서 맨해탄 프르그램에 참여한다. 원폭실험 성공 이후 그는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됐다”며 자책 했다. 인간존엄가치를 중시하던 평화주의자 다운 발언이다. 원폭투하에는 찬성했으나 원폭투하로 20만명 이상의 인명 학살에 많은 죄책감을 느끼고 수소폭탄개발에 반대한다. 반전, 평화주의자의 양심으로 평생 자책감으로 살았다.

1991년 동구가 몰락했다. 공산주의가 무너졌다. 그러나 사회주의의 내용, 생존권적 기본권, 복지주의는 일반화되었다. 한편 자본주의도 국가의 시장 개입으로 자유만능주의 경제질서는 존재치 않는다. 민주사회 어느 국가든 복지와 생존권이 국민의 기본권이다. 세계는 이념이 지배하는 세계가 아니다. 인간의 양심, 민주주의와 인권, 인간 존엄, 행복권을 말해야 하는 시대이다. 오펜하이머가 사망한지 십 수 년 지나 이념대결이 종식된 2022년에 와서야 미국 정부는 오펜하이머에 대한 보안권한박탈을 해제 했다. 그가 휴머니스트이고, 애국자이고 평화주의자임을 인정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 집권이후 다시 냉전이데올로기가 부활한다. 냉전시대의 이념, 가치연대 참 어처구니 없는 시대착오이다. 냉전이념의 핵심인 자유주의란 것은 인간존엄의 본질적 내용이면서도 생존권, 복지개념과는 거리가 있고 혹평하면 힘 있는 자가 내 맘대로 할 권리, 제어되지 않는 '부의 추구자유'란 말이다. 자유란 인간존엄, 정의, 민주주의 속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박효삼 편집장

김영수 주주  peak0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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