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직업병 사례의 노동자는 1957년생 남성이다. 노동자는 약 24년간 용접과 용접보조 업무를 수행하였다. 만 63세가 되던 2021년 5월 ‘중심성 장액성 맥락망막병증’(central serous chorioretinopathy), ‘연령과 관련된 비삼출성 황반변성’(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을 진단받았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안질환이고 유해인자는 물리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이제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을 살펴본다. 노동자는 28세인 1985년 4월부터 1991년 8월 사이 약 6년 4개월간 현재는 폐업하였지만 노동자수 약 40~50명인 사업장에서 빙초산, 양잿물, 염료 등을 이용한 염색 업무를 2교대와 3교대로 수행하였다. 1995년에는 각기 다른 사업장에서 각각 1개월, 5개월간 그라인딩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였다. 그 이후 노동자는 □사업장을 포함한 여러 회사에서 1995년 10월부터 증상이 발병한 2020년 10월까지 약 24년간 용접, 간접용접보조, 제관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노동자가 말하길, 용접관련 자격증 없이 업무를 수행하였고, 약 2015년까지는 월, 화, 목, 금은 밤 10시에, 수, 토는 오후 5시경에 퇴근하였고, 그 뒤로는 월, 화, 목, 금은 오후 8시에, 수, 토는 오후 5시경에 마쳤다.

미세먼지 ‘나쁨’을 보인 지난해 11월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역 사거리의 수령 860년이 넘은 향나무 뒤로 예술의 전당 건물이 희뿌옇게 보인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한겨레, 2021.1.27.
미세먼지 ‘나쁨’을 보인 지난해 11월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역 사거리의 수령 860년이 넘은 향나무 뒤로 예술의 전당 건물이 희뿌옇게 보인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한겨레, 2021.1.27.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노동자는 업무수행 시 시력저하와 눈에 이물감 증상 등을 호소하여 2020년 6월 결막출혈로 로컬의원에서 진찰받았고, 이후 이물, 각막염과 각막결막염, 기타 맥락망막(脈絡網膜)염증, 녹내장 등으로 진찰을 받았다. 한편, 2021년 5월 안경을 맞추다 오른쪽 눈 시력이 나쁨을 발견하고 만 63세가 되던 2021년 5월 대학병원에서 ‘중심성 장액성 맥락망막병증’, ‘연령과 관련된 비삼출성 황반변성’을 진단받았다. 안과 검진 기록에는 우안 최대 교정시력 0.2, 좌안 최대 교정시력 0.9, 굴절검사 상 우안 3.5sph, 좌안 3.25sph(도수·Sphere·근시는 -, 원시는 + 부호 붙음) 소견이 명시됐다. 노동자는 현재에도 왼쪽 시야는 정상이나 오른쪽 시야는 굴곡지게 보인다고 호소한다. 노동자의 의무기록과 건강보험수진내역에는 고혈압과 당뇨 과거력은 없고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의 수진내역도 없으나 노동자는 B형간염 보균자였다. 노동자는 진술하길, 가족 중 고혈압, 당뇨병, 황반변성이나 망막 관련 질환을 앓은 사람은 없고, 흡연력은 고등학교 때부터 현재까지 하루 1/4갑씩 45년간 흡연하였으나 술은 마시지 않으며, 운동은 걷기, 등산, 헬스 등을 하나 축구와 같은 운동은 잘 하지 않는다. 또 진술하길, 2022년 건강진단에서 당뇨의증으로 추가 검진을 시행할 예정이다.

노동자는 약 24년 동안 용접과 용접보조 업무를 수행하면서 과도하게 광선에 노출됐고 보호구 착용이 이루어지지 못해 상병이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을 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2022년 1월 4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업무관련성 확인에 필요한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2022년 10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서면심의·202210.27.~10.31.)는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노동자의 질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노동자는 63세가 되던 2021년 5월에 맥락망막병증과 황반변성을 진단받았다. 둘째, 노동자는 □사업장을 포함한 여러 회사에서 약 24년간 용접과 용접보조 업무를 수행하였다. 셋째, 노동자의 질병과 관련한 작업환경 요인은 햇빛, 용접, 레이저광 등이고, 일부 연구에는 용접광 노출 후의 망막장애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노동자는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은 채로 용접보조 업무를 수행하였다. 과거 연구에 근거하여 추정하건대, 용접광에 보호구 없이 노출됨으로 인해 빛에 의한 망막장애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노동자가 2021년 5월 맥락망막병증과 황반변성을 진단받은 이후 약 1년 6개월, 근로복지공단이 2022년 1월 역학조사를 의뢰한 지 약 10개월이 각각 떠나간 2022년 10월에 역학조사평가위의 심의가 완료되었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5년 10월 5일

*관련 기사: 대기오염 노출 심할수록 시력손실 위험 높아진다(한겨레, 2021.1.27.)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980615.html?_ga=2.29327612.1386262903.1696375624-1404263838.1647078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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