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부터 딸사랑아버지모임(이하 딸사모)의 회원으로 활동을 했습니다. 딸사모는 대외적으로 양성평등과 호주제철폐를 목적으로 했고, 그 일환으로 각 가정에서부터 딸과 아들을 차별하지 않고 평등하게 돌보자는 아빠들의 모임이었습니다.

그즈음 유명인사 둘을 만나게 되는데 [나쁜 여자가 성공한다]는 책으로 유명세를 떨치며 왕성하게 활동하던 김신명숙씨와 한나라당의 초선의원이었던 오세훈씨였습니다. 딸사모는 모임에 유익한 말씀을 해주실 분들이나 도움이 될 만한 분들을 초청하곤 했는데 그중의 한분이 오세훈씨였습니다.

39세의 나이로 국회의원이 된 오세훈씨는 "나는 선거운동 기간 중 유권자에게 적어도 3가지는 지킬 것이라 약속했다. 불법정치자금으로부터 자유롭고, 인물 중심의 계파정치를 거부하고, 당리당략에 연연하지 않는 정치를 하겠다는 점이었다. 결국 재선에 연연해하지 않고, 한 번을 하더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참된 정치인이 되겠다는 것"이라는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딸사모에서의 만남 뒤에 저렇게 반듯한 사람이 왜 한나라당에 있을까?’의구심을 가졌었습니다.

 

2000년 여름, 동아일보기자로 일하다가 [나쁜 여자가 성공한다]는 책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김신명숙씨를 군포시민모임에서 초청을 했습니다. 그리고 운 좋게도 그 강연의 토론자로 참여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책은 너무 착한 엄마, 착한 아내가 되려고 애쓰면 사회생활을 포기할 수밖에 없으니까 적당히 하라고 합니다. 당연한 말임에도 책은 굉장한 열풍을 일으켰고, 그것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커졌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TV방송사에서 양성평등(?)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그때 성대결이라도 하는 것처럼 김신명숙씨와 중앙일보기자였던 김행씨가 나란히 앉았고, 맞은편에는 남자 둘이 앉아서 갑론을박을 벌였습니다.

이때 처음 본 김행씨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김신명숙씨가 언성을 높이면서 삿대질을 하는 반면에 김행씨는 조곤조곤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김행씨의 말에는 반박하지 못하던 남자들이 김신명숙씨에게는 같이 고함을 지르면서 맞 삿대질을 했지요.

그 장면을 TV로 보면서 말은 소리를 지른다고 해서 힘을 갖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때도 김행씨를 보면서 저렇게 반듯한 사람이 왜 중앙일보에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김행씨나 오세훈씨를 보면 그들이 변한 건지,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편집 : 오성근 객원편집위원

오성근 객원편집위원  babsangman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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