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직업병 사례의 노동자는 이미 고인이다. 1943년생 남성이다. 노동자는 28세인 1971년부터 3년간 □사업장에서 보일러 가동과 설비 작업자로 근무하였다. 노동자는 73세인 2016년 대장암을 진단받고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은 이후 77세인 2020년 6월 30일 목숨을 빼앗겼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기타 암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이제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을 살펴본다. 노동자는 28세인 1971년부터 1974년까지 약 3년 동안 12시간 2교대 근무일정으로 □사업장의 공무과에서 보일러 정비 업무를 하였다. 평균적으로 한 달 2일의 휴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근무하였다. 사업장 측은 면 마스크를 지급하였다고 하나, 노동자 측은 진술하길, 보호장비 착용 없이 근무하였으며 작업복도 집에서 세탁하였다. 구체적인 작업 내용은 노동자가 사망하고 사업장이 철수하여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해당 보일러 정비 업무는 노동자가 동생과 함께 동일 기간에 동일 사업장에서 수행한 동일 업무에서 확인됐다. 동생(석면 노출에 의한 악성 중피종으로 사망-산재 승인)의 유가족에게 확인한 업무 내용을 보면, 석면을 원료로 한 방직공장 내 보일러 시설을 정비할 때 석면포로 이루어진 단열재를 제거하고 감는 작업을 하였으며, 난방 설비는 중앙 공급식이 아닌 생산 현장 주변에 설치 운용되었다. 또한 난방 설비뿐 아니라 생산 설비 전반의 사소한 고장이나 환경유지와 보수 업무도 수행하였다. 따라서 노동자의 생산 현장 출입은 빈번했다고 판단된다.

석면피해구제법 시행 10년을 맞아 28일 충남 홍성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석면 피해자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한 피해자가 석면을 채취하는 사문석을 들어 보이고 있다.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제공. 한겨레, 2021.4.28.
석면피해구제법 시행 10년을 맞아 28일 충남 홍성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석면 피해자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한 피해자가 석면을 채취하는 사문석을 들어 보이고 있다.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제공. 한겨레, 2021.4.28.

노동자 동생의 목숨을 빼앗아 간 ‘악성 중피종’(惡性中皮腫·Malignant mesothelioma)은 흉부 외벽에 붙어있는 흉막이나 복부를 둘러싼 복막, 심장을 싸고 있는 심막 표면을 덮는 중피(中皮)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고, 대부분 석면 가루가 흉막에 쌓여 발병하는 종양이다(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노동자는 30세인 1973년 약 1년 동안 폐결핵을 치료했고, 59세인 2002년 위암을 진단받아 위절제술을 받았다. 68세인 2011년에는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받았으며, 73세인 2016년에는 구불잘록창자((sigmoid colon·하행 결장 뒤와 직장 앞을 잇는 대장의 일부) 부위의 대장암을 진단받고 수술과 12차례의 항암치료를 받았다. 이후 요양원에서 생활하였고, 77세인 2020년 6월 30일 폐심부전(肺心不全)과 대장암으로 목숨을 빼앗겼다. 노동자 가족의 진술상, 노동자는 매일 담배 한 갑(20개비)을 20년 피운 20갑년(Pack year)의 흡연력과 20년간 1주일 1회 소주 1병의 음주력이 보이나, 2011년 알코올중독 치료 과거력에 비추어 볼 때 실제 음주력은 진술된 음주력보다 크다고 추정된다. 노동자의 동생 또한 같은 사업장에서 동일업무를 하면서 석면에 노출되어 석면폐증 제2급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인정받았고 현재는 복막중피종으로 산재 승인을 받았다. 석면폐증(石綿肺症)은 석면의 흡입으로 폐 조직이 파괴되고 대신 섬유화가 진행되어 폐가 망가지는 병이다(국가암정보센터).

노동자의 가족은 노동자가 결장의 악성 신생물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폐렴과 심폐 부전이 생겨 목숨을 빼앗겼다고 주장하며, 2020년 8월 25일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질병 인정을 신청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업무상 질병 판단에 필요한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2022년 10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비대면 화상회의·202210.21.)는 아래와 같은 네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노동자의 질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노동자는 73세인 2016년에 대장암을 진단받고 2020년 77세에 목숨을 빼앗겼다. 둘째, 노동자는 1971년부터 1974년까지 약 3년간 □사업장에서 근무하며 보일러 설비 유지 보수, 시설 유지 보수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셋째, 신청인의 업무환경에서 대장암 발암성의 근거가 충분한 직업적 요인인 X선과 감마선 등의 방사선 노출은 확인되지 않나 제한적 근거를 가진 직업적 요인인 석면 노출이 확인된다. 매우 높은 수준의 직업성 석면 노출이 명확히 의심되며 석면 노출(시점: 1971~1974년) 이후 암의 발현(시점: 2002년 위암, 2016년 대장암)까지 잠재기간이 의학적 발병 기전과 일치한다. 석면 노출에서 악성중피종 발생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30~40년이다(국가암정보센터). 넷째, 음주와 흡연이 석면 노출로 인한 대장암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인자로 작동하였다고 평가된다. 석면 노출과 흡연은 서로 상승작용(synergism) 하여 석면에 노출된 사람이 흡연하는 경우 석면 노출된 적이 없는 비흡연자에 비해 약 60배 이상 폐암 발생이 증가하고, 그 밖에도 석면에 노출된 사람은 위장관 악성 종양도 잘 발생한다고 알려졌다(국가암정보센터).

동일 기간에 동일 사업장에서 동일 업무를 수행한 노동자의 동생도 석면 노출에 의한 악성 중피종으로 목숨을 빼앗겼고, 산업재해 승인을 받았다. 노동자는 73세인 2016년에 대장암을 진단받고 2020년 77세에 목숨을 빼앗겼다. 그 후 유가족이 2020년 8월 25일 업무상 질병 인정을 신청한 지 약 2년 2개월이 떠나간 2022년 10월에 역학조사평가위의 심의가 완료되었다. 요컨대, 노동자의 형제는 동일 기간, 동일 사업장, 동일 업무로 인한 질병으로 목숨을 빼앗겼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5년 10월 10일

*관련 기사: 석면피해구제법 시행 10년…“보건복지 지원 강화해야”(한겨레, 2021.4.28.)

https://www.hani.co.kr/arti/area/area_general/993042.html?_ga=2.32848702.1498059502.1696850719-1404263838.1647078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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