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의 끝단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여름 장마철
태풍보다 더 질긴
가지에 붙어 있지 않고는
열매의 풍요를 만져볼 수 없습니다
새벽녘 서리로
이파리 시리도록
아픔 견뎌내지 못한다면
홍단풍 색조는 채색할 수 없습니다
물 한 모금도
다문 입술 횡단하지 않고는
식도에 다다를 수 없듯이
슬픔의 다리 건너지 않고
기쁨의 땅을 밟을 수 없습니다
슬픔과 기쁨 사이
망각의 시간 들이킨
강물이 모여 웅얼거리고
강은 새벽안개를 모아 출렁입니다
초승달로 시작하여
보름달로 건너려면
튼실한 반달 상판 하나 들고
그믐이라는 교각 가로놓아야 합니다
절망보다 깊은 좌절
지나고 나면 예쁜 추억
기쁨은 매운 고추보다 쓰린
슬픔의 마을에서만 사각거립니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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