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것은 차를 우려내고 남은 녹차, 오른 쪽 것은 그것을 말린 것입니다. ‘우려먹은 녹차를 왜 말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은 아주 오랜 행위입니다.

 

혼인한지 수년이 지나도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고 아내가 마음고생 할 때의 일입니다. 한 매체에서 녹차찌꺼기를 버릴 게 아니라 말려서 아이의 베갯속으로 만들면 아이정서에 좋다고 했지요. 맞벌이를 할 때라 겨우 일주일에 한번 차를 마실 때니 그 양이 얼마나 됐겠습니까?

 

반년이 지날 무렵 아내가 임신을 했지만 말린 녹차의 양은 겨우 한 움큼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세상에 나올 때까지 꾸준히 말린 찻잎으로 베개를 만들었습니다. 과학적으로 얼마나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정성이었습니다.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몇 년 전부터 다시 녹차를 말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밥을 안칠 때 말린 녹차를 넣고 있습니다. 다향(茶香)이 대단한 것도 아니고, 건강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역시 가족을 생각하는 나의 마음입니다.

 

일본에서는 말차(혹은 마차)라고 하는 고운 차를 사발에 담아서 마십니다. 녹차를 아무리 여러 번 우려 마셔도 녹차의 성분을 온전히 마실 수 없으니 아예 통재로 마신다고 하지요. 거기서 착안을 했고, 더불어 미량이나마 쓰레기도 줄일 수 있습니다.

 

편집 : 오성근 객원편집위원

오성근 객원편집위원  babsangman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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