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박이 배추밭
박명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익어가기 전
물로 흘러내린 감
고개 떨군 주인은
덕장에서 멀어진 후
배추밭 포기들만 수군댄다
싸리재 넘어
새벽 찾은 물까치
젖은 실개천에 몸을 씻고
감잎 끝 눈물을 찍어
꺾인 나뭇가지 노동을 삭혀낸다
걸터앉을 만큼
낮게 저민 안개
엄마 손 놓친 사슴처럼
타는 심장만 저려오고
주인 잃은 배추밭에 서성인다
하늘 아래 충렴골
녹아내린 감나무
응답 없는 전화처럼
허공에만 착신되는지
끊긴 전화벨은 말 잊은 지 오래다
먹구름 짓누르면
해 뜰 날 기다리고
세찬 바람 부는 날엔
바람 잘 날 찾아온다고
음지는 양지된다 햇살이 손 내민다
낙과 잃은 감나무
내년 다시 감꽃 피어나고
길 잃은 철새도
물 한 방울에 힘을 얻는데
배추밭 포기만은 붙박이 되어간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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