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아저수지(완주군동상면)
  대아저수지(완주군동상면)

 

붙박이 배추밭

                               박명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익어가기 전
물로 흘러내린 감
고개 떨군 주인은
덕장에서 멀어진 후
배추밭 포기들만 수군댄다


싸리재 넘어
새벽 찾은 물까치
젖은 실개천에 몸을 씻고
감잎 끝 눈물을 찍어
꺾인 나뭇가지 노동을 삭혀낸다


걸터앉을 만큼
낮게 저민 안개
엄마 손 놓친 사슴처럼
타는 심장만 저려오고
주인 잃은 배추밭에 서성인다

   

  배추밭(은천골)
  배추밭(은천골)

 

하늘 아래 충렴골
녹아내린 감나무
응답 없는 전화처럼
허공에만 착신되는지
끊긴 전화벨은 말 잊은 지 오래다


먹구름 짓누르면
해 뜰 날 기다리고
세찬 바람 부는 날엔
바람 잘 날 찾아온다고
음지는 양지된다 햇살이 손 내민다


낙과 잃은 감나무
내년 다시 감꽃 피어나고
길 잃은 철새도
물 한 방울에 힘을 얻는데
배추밭 포기만은 붙박이 되어간다
.

  

  대아수목원(완주군동상면)
  대아수목원(완주군동상면)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박명수 주주  kosen21c@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