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프로그램인 싱어게인을 보면서 정말 노래 잘하는 사람이 많구나! 그런데 나는 왜?’라는 생각을 합니다. 노래를 못해 음악과 거리를 두고 살아왔어도 좋아하는 가수들이 꽤 여럿입니다. 그중에 한 분을 꼽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굳이 선택을 한다면 나의 최애(最愛) 가수는 조동진입니다.

2017829일 일산병원으로 그의 조문을 다녀온 건 아마도 그래서였을 겁니다. 생전에 뵌 적은 없지만 청소년 시절부터 그의 노래를 들으면서 수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가는 길에 인사를 하려고 장례식장을 찾았습니다.

선생님 영전(靈前)에 커피 한잔 올리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유족들이 흔쾌히 그러라고 했습니다. 생전에 커피를 좋아하셨다고. 준비해간 원두를 갈아서 내린 커피를 단 위에 올려놓고, 인사를 하는데 울컥했습니다.

커피도구를 챙기는데 조동익씨가 우리도 커피를 맛볼 수 있겠냐?’고 해서 커피 두 잔을 더 내려드렸지요. 그리고 자리를 벗어날 때 장필순씨가 말했습니다. “커피 잘 마셨어요. 그 어떤 선물보다도 소중했고, 다음엔 좋은 일로 또 봐요.” 그러면 좋겠지만 유명가수를 또 볼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장필순씨는 모르겠지만 그분의 노래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서귀포시 법화사에서 산사음악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은 건 중문에 살 때의 일입니다. 산사음악회가 아니라 장필순씨가 노래의 문을 열고, 이동원씨가 마지막을 장식한다는 사실이 관심을 끌었지요.

그날 장필순씨의 팬이 되었습니다. CD는 물론이고, 유튜브에서도 때때로 찾아듣는 가수가 되었지요. 끝으로 향수를 듣고 다향이랑 귀가하려는데 어둑한 산길에서 서성거리는 이동원씨를 발견했습니다.

선생님, 여기서 뭐하세요?”

택시 타려고.”

, 이 어두운 산중에서 택시를?’생각하며 물었습니다.

어디까지 가시는데요?”

중문.”

그럼 제가 거기 사니까 타세요.”

중문에 내려드리려는데 이동원씨가 말했습니다.

그냥 가게?”

그럼요.”

맥주 한잔 해야지.”

그래서 향수의 가수 이동원씨랑 맥주를 마셨습니다. 같은 과천에 살았었다는 것, 절친인 전유성의 권유로 청도에 사는데 여름엔 무척 덥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셨지요. 매해 시월 말 일산호수공원 음악회에서도 이동원씨를 뵈었는데 20211116. 일산동국대병원 장례식장으로 그의 조문을 다녀왔습니다.

제주에 운영하던 찻집에서 재즈피아니스트 임인건씨를 만난 건 20136월 초입니다. 그 뒤로 임인건씨가 자주 오시면서 호형호제하게 되었지요. 조동진, 이동원씨와 함께 꽤 오랫동안 음악작업을 했다는 것. 그리고 조동진씨의 건강상태가 좋지 못해 걱정이라는 이야기도 듣고 있었습니다.

지난주 화요일(14)에 장필순씨가 일산호수공원에 온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다음엔 좋은 일로 또 보자는 말이 생각나서 토요일인 18일에 정희씨, 다향이랑 호수공원서 그분의 노래를 들었습니다. 흔쾌히 사진촬영에도 응해준 장필순씨께 감사드립니다.

편집 : 오성근 객원편집위원

오성근 객원편집위원  babsangman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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