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세월은 미래의 먼 지점을 향해 직선으로 흘러갈까, 아니면 곡선으로 굽이굽이 흘러갈까. 매일의 나날은 점으로 이어질까, 아니면 면적이나 입체처럼 계속 확장하며 넓어질까. 매주 매월은 책장의 페이지처럼 한 장 한 장 차례로 넘겨질까, 아니면 험한 산을 오를 때처럼 바위틈 사이로 이리저리 껑충껑충 뛰다시피 하며 불규칙적으로 이어질까.

이런 질문들은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에 따라 다를 수 있고, 각자의 가치관이나 관점에 따라 다를 수도 있으며,  인간의 마음 상태가 어떤가에 따라 대답이 각양각색일 것이다. 인간의 마음 상태는 그날그날 다르고 매주 매월 매해가 다르다. 그 마음은 매일매일 흘러가는 대로 놔두면 되는 걸까. 마음 상태를 결정짓는 일관된 삶의 원리는 없는 걸까. 과거의 연장인 듯하면서 현재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며 미래는 늘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매년 찾아오는 4계절은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르다. 

그렇다면 매주 다가오는 7개의 요일은 어떨까.  요일은 아무 특성도 없이 그저 평일과 주말로 구분되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요일마다의 특색이 있어 그에 맞추어 살아야 하는 걸까. 가만히 살펴보니 나에게 있어 요일은 그저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과 한 주가 마무리되고 휴일을 맞이하는 토요일과 일요일 정도의 구분에 불과했으며, 약속 있는 날과 약속 없는 날을 구분해 주는 정도에 불과했다. 과연 그게 전부일까.  요일의 역할은 그것으로 끝나는 걸까. 과연 요일이 지닌 의미와 가치는 무엇일까. 

언제부터인가 요일이 바뀔 때마다  내면에서 무언가 못마땅하게 여기는 찜찜한 기운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어느날 소리를 들었다.  누구지? 무슨 소리일까.  그 소리는 때로는 신음하듯  때로는 하소연하듯  우울함과 고뇌로 가득했다.  귀를 기울여보니  깊고 어두운  내면의 심연에서 이어질듯말듯  숨가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정체는 바로 요일이었다. 요일마다 들리는 소리의 음색이 다르고 음질이나 성량이 달랐다. 

요일들이 나에게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자신들의 소리를 들어달라고.  그 소리는 가까운 듯 하지만 멀리서 들려왔고, 먼 듯 하지만 가까운 데서 들려왔다. 월요일의 불만은 실로 대단했다. 직장인 대부분이 월요병이네 뭐네 하면서 자기를 싫어하니  왜 안 그렇겠는가. 화수목요일의 불만도 그에 못지 않다. 그저 주말로 가기 위한 정거장처럼 별 볼 일 없는 평일로 취급받기 일쑤이지 않은가. 금요일은 대체로 만족스러워했다. 주말 휴일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람들이 금요일을 친구 대하듯이 하기 때문이다.  토요일과 일요일도 불만은 없었지만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사람들이 자신들을 그저 쉬고 즐기는 날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들의 불만과 요구사항을 들어줘야 할 의무감을 느꼈다.  한참을 지내고 나서야 요일이 나에게 전하는 내용을 겨우 파악할 수 있었다. 요일이 전하는 메시지는 세상사와 무관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요즘처럼 답답하고 꽉 막혀있는  세상을 슬기롭고 여유롭게 살아가는 지혜와 묘미를 제공할 수도 있기에  이 메시지를 요약 정리하여 아래와 같이 전하고자 한다.

 

일상 속에 간직하고 싶은 정겨운 남산의 숲과 가을 (필자 사진)
일상 속에 간직하고 싶은 정겨운 남산의 숲과 가을 (필자 사진)

월요일.

월요일은 달맞이하듯 차분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날

세상은 긴박하게 돌아가지만  너무 위축되거나 긴장하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여유롭고 담대한 마음으로 한 주를 시작하라.

 

화요일.

화요일은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불같이 뜨거운 열정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날

타인의 잘못도 나의 잘못도

지나치게 탓하기보다 모두 다 포용하고  감싸주는 하루가 되자.

 

수요일.

수요일은 잔잔한 시냇물처럼 매사를 물 흐르듯이 처리하는 날

낮은 마음 낮은 자세로 타인과 이웃을 존중하며

겸손과 겸허함을 배우며 실천하는 하루가 되자.

 

목요일.

목요일은 푸른 초목처럼 굳세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날

선한 마음과 진실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공정하고 따뜻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날이다.

 

금요일.

금요일은 오늘 하루의 시간을 금처럼 귀하게 여기며

이웃과의 다툼과 갈등을 멈추고 

화해하고 용서하며 관계를 회복하는 날이다.

 

토요일.

토요일은 대지의 기운과 생명력을 상징하는 꽃과 나무, 풀과 들녁을 찬찬히 돌아보며

 하늘의 신묘한 기운과 땅의 정기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마음을 청정하게 하고 어려운 이웃을 살피며 자연을 돌보는 날이다.

 

일요일.

일요일은 세상의 잡다한 번뇌에서 벗어나 고즈넉한 저녁노을과  밤하늘의 별을 보며

인류의 미래에 대해 생각을 모으고  민족과 나라가 잘되기를 마음 깊이 염원하며

하늘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 주를 마무리하는 날이다.

 

사실 수 십 년 동안 요일은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내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다. 요일이 같다고 하여 요일이 전하는 메시지가 매번 같은 건 아니다.  우주의 운행 방식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계절마다 달라질 수 있다. 요일은 정치 경제적 급변이나 기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하지만 요일의 시선은 머나먼 저편 그 너머를 향하고 있다. 요일이 전하는 메시지대로 한번 살아보자.  혹시 아는가.  막히거나 꼬였던 일이 술술 풀리게 될런지.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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