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는 것(1)
박명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살아간다는 것은
둥지 잃은 멧새 한 마리가
어둠에 젖은 숲길에서
고독한 입술이 되어
은하수 짙은 밤을 노래하는 것입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포개진 낙엽들이
잔설 속 겨울을
낙숫물처럼 파고들어
무지개 같은 봄을 출산하는 노동입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목이 마른 나그네에게
생수 같은 한 모금
마실 물을 건네는 따뜻함입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떨어지는 폭포수에
영롱한 무지개로 피어올라
산허리에 걸치는 안개 같은 풍경화입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찬 이슬 시린 발로
여명의 새벽을 헤집고
마지막 무대를 빠져나와
집을 향한 무명 배우 발자욱입니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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