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새(어청도 필자촬영)
  멧새(어청도 필자촬영)

 

살아간다는 것(1)

     박명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살아간다는 것은

둥지 잃은 멧새 한 마리가

어둠에 젖은 숲길에서

고독한 입술이 되어

은하수 짙은 밤을 노래하는 것입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포개진 낙엽들이

잔설 속 겨울을

낙숫물처럼 파고들어

무지개 같은 봄을 출산하는 노동입니다
 

  밀화부리(어청도 필자촬영)


살아간다는 것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목이 마른 나그네에게

생수 같은 한 모금

마실 물을 건네는 따뜻함입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떨어지는 폭포수에

영롱한 무지개로 피어올라

산허리에 걸치는 안개 같은 풍경화입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찬 이슬 시린 발로

여명의 새벽을 헤집고

마지막 무대를 빠져나와

집을 향한 무명 배우 발자욱입니다
 

  쇠유리새(어청도 필자촬영)
  쇠유리새(어청도 필자촬영)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박명수  kosen21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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