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모두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커튼을 젖히니 눈이 펑펑 내립니다. 흰 눈을 보니 마당을 뛰놀던 삽사리 나무처럼 마음이 설렙니다. ‘아파트 앞을 쓸까?’생각했지만 비로는 해결이 안 될 축축한 눈입니다. 그냥 현관을 나서며 그만일 텐데 굳이 외출의 이유를 찾습니다.

아침으로 무얼 먹을까?’ 냉장고를 여니 달걀이 하나뿐입니다. ‘그래 가서 달걀을 사야지. 만두는 있으니까 가래떡을 사고, 눈이 오니까 전도 좀 사야겠다.싶어서 외출준비를 했습니다.

지난봄에 아이가 사준 검정색 장화를 신고, 까만색 우산을 쓰고 집을 나섰습니다. 우산위로 샤르락 샤르락, 차르락 차르락, 때로는 투툭 눈 부딪치는 소리가 납니다. 장화 뒤 굽이 하이힐처럼 높아졌다가 낮아지기를 반복합니다.

 

 

우중산보도 좋지만 설중산보도 좋습니다. 두 밤만 지나면 우리나이로 육십이 되지만 나는 여전히 눈이나 비가 좋습니다. 촉촉이 젖어드는 세상처럼 감성이 풍부해집니다. ‘철없다, 길이 막히고, 사고가 많이 나는데 뭐가 좋냐?’는 소리를 들어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집 앞 공원을 한 바퀴 돌고, 마트에 갑니다. 한 아이가 눈뭉치 몇 개를 만들고, 손이 시려서 발을 동동 구릅니다. 장바구니를 든 엄마랑 군복 입은 아들의 대화가 달떠있습니다. 썰어진 가래떡이랑 달걀, 전을 조금 사서 돌아오는 길에 저절로 콧노래가 나옵니다

여러모로 힘든 한해가 저물어 갑니다. 이렇게 펑펑 내리는 눈처럼 새해에는 모두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편집 :  오성근 객원편집위원

 

오성근 객원편집위원  babsangman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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