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청도등대(필자촬영)
  어청도등대(필자촬영)

슬픈 등대

                                        박명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산자락 베개 삼고 바다를 이불 삼은 불빛은

소리 없는 악기가 되어 피리를 분다

너에게 목적이란 시선을 바라보는 일

밤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산 같은 바다를 살피더니

별밤을 헤집고 노동하는 너는 아침을 맞아 서럽다

 

세상을 굽어보는 너는 빛으로 당당하다

얄팍한 미끼로 현혹하는 낚시꾼은

제 미끼에 걸려 스스로 넘어지는데

빈 껍데기들 낱낱이 비추는 너는

속살이 아프도록 후비고 들어가서

따뜻한 이불이 되어 아프고 시린 세상을 덮는다

 

분노한 파도를 타이르고

지친 바다를 격려하는 너는

그늘진 세상을 잘근잘근 바라본다

어떤 압력이 너를 굴종하게 하겠느냐

갖은 논리에 지배당하지 않는 너는

한 번도 꺾이어 구차하게 살지 않는다

 

빛의 발목으로 어둠을 밀어내는 너는

밤에만 별을 품는다

별을 품고 사는 너는 찬 바람을 맞아 슬프다

외로워서 슬픈 것이 아니라 정직해서 슬프다

은하수를 닮은 빛이 되어

밤새도록 차올라 만조 같은 슬픔을 건져 올린다.

 
  어청도등대(필자촬영)
  어청도등대(필자촬영)

  편집 : 박명수 객원편집위원

박명수 객원편집위원  kosen21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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