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가 아름다운 사람은 온 일생이 아름답다.

사랑하는 이인숙 글라라가 떠났다. 

그가 세상과 이별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주변의 모든 이에게 놀라움과 감사, 그리고 큰 감동으로 남았다. 이태리 유학 중 만난 포콜라레 영성을 통해 한순간의 주저도 없이 하느님 뜻을 온전히 살고자 했다.

글라라의 삶의 모토는 “항상! 즉시! 기쁘게! 였다.

일생을 하느님 뜻 안에서 매순간을 항상, 즉시, 기쁘게 살았고, 병마도 죽음도 그렇게 기쁘게 받아들였다. 그녀는 주어진 시간을 한순간도 낭비하지 않았다. 자신의 생을 온전히 비워 삶을 완성시킨 마지막 시간들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우리는 그녀가 미리 준비해 놓은 만찬을 나누며 축제 같은 장례식으로 그녀를 보냈다.

하늘로 떠나기 1주일 전, 종부성사를 마치고 환한 미소로 하느님을 만날 준비가 되었다고 기뻐했다.

화가로 작품 활동에 충실했으며, 최선을 다해 지구 환경을 보호하고자 노력했다. 해외원격입양, 유엔난민기구, 탈북민돕기, 한마음한몸돕기를 비롯한 여러 사회단체를 후원하는 등 이웃을 사랑하는 일에 구체적이었다.

내가 미디어교육을 할 때 프로그램에 참가해 새인류를 위해 함께 애쓰자고, 늘 내 손을 잡아주며 고맙다고 격려하던 열린 사람이었다.

2022년 암에 걸리자 자신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뜻을 찾아 항암치료를 받았다. 자신을 가족과 친구, 치료하는 의사와 간호사를 사랑하며 기꺼이 병마에 맞섰고, 이웃을 사랑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글라라는 마지막 순간까지 기쁘게 살았고 자신을 온전히 세상에 내어주고 떠났다. 재산을 정리해 필요한 곳으로 보내고, 자기 몸까지 가톨릭의대에 기증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극심한 병마의 고통 중에도 천사 같은 미소로 종부성사를 받고 하느님께 돌아가는 기쁨을 노래했다. 

그날 찍은 사진이 영정사진이 되었다.

장례식에서 막내 동생이 언니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를 불렀다.

"모든 사람을 항상!

모든 사람을 즉시!

사랑하자! 항상, 즉시, 기쁘게

한번 뿐인 우리의 생을 헛되이 살고 싶지 않네

매일 저녁, 나는 오늘도 사랑했다고 말하리

모든 사람을 항상!

모든 삶을 즉시!

사랑하자 항상, 즉시, 기쁘게! "

발인식 후 운구차로 가톨릭의대로 떠나보내기 직전 , 그녀의 삶에 감사하며 마지막 기념촬영을 했다.
발인식 후 운구차로 가톨릭의대로 떠나보내기 직전 , 그녀의 삶에 감사하며 마지막 기념촬영을 했다.

우리 모두 그 노래를 함께 불렀다. 

축제였다. 

삶이 아름다운 사람은 죽음도 아름답다.

이인숙 글라라를 하느님께 돌려보내며, 우리는 그가 세상과 이별하는 과정이 바로 하늘에 이르는 길이었음을 깨달았다.

나이가 들어가니 죽음이 내 곁에 있다. 사랑하는 가족을, 친구를, 선배를 떠나보내는 부음이 잦다. 

그러나 그녀를 생각하면 죽음이 두렵지 않다

최성주 객원편집위원  immacoleta@naver.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