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카메라를 잡은 것은 나무 한 그루 때문이다.

여느 때처럼 남산을 오르다 바윗돌에 앉아 쉬고 있었다. 마주보이는 곳... 늘 보던 나무가 그날은 달리 다가왔다. 5월이었고 나무 잎새들은 한껏 싱그러움을 뿜어내고 있었다. 공기가 맑고 주위가 조용해서인지 주변 풍경은 다 사라지고 키 큰 그 나무만 확대되어 눈에 들어왔다. 잎이 얼마나 빼곡히 달렸는지 무수하다는 말이 실감났다. 살살 불어대는 바람과 빛으로 녹색 잎 앞면과 은색 뒷면이 뒤척이며 반짝반짝 빛나던 풍광이 무척 아름다웠다.

아~ 저 찬란함을 담고 싶다!

이렇게 아주 우연히 뜻하지 않은 계기로 사진 찍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나에게 사진은 만남이었고 그 만남들의 기록이 사진이 되었다.

모든 사물을 포함하는 자연은 항시 그 자리에 있다. 대개는 대상을 바라보며 그냥 스쳐지나간다. 하지만 사진가가 멈추어 서서 대상의 부름에 응할 때가 있다. 만남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내가 찍어보고 싶은 대로 찍고 싶었기에 사진 공부는 따로 해본 적은 없다. 내 안에 잠재된 미적 감수성이 만나는 대상들과 어울리기를 바랐을 뿐. 다만 부족한 사진을 보며 다음을 기약하는 방법이 유일한 공부였다고 할까.

처음 그림자를 의식하고 찍었던 사진. 나의 자화상 같다. 2016년 5월 28일 성내천변에서
처음 그림자를 의식하고 찍었던 사진. 나의 자화상 같다. 2016년 5월 28일 성내천변에서

 

* 편집자 주 : 양성숙 주주통신원은 2015년 3월부터 현재까지 <한겨레:온>에 230여장의 사진을 올려주셨습니다. 때로는 감탄을 자아내게 하고, 때로는 숨을 멎게 하고, 때로는 엄숙함을 주고,  때로는 미소짓게 하는 양성숙 통신원의 사진을 많은 분들이 '예술이다'라고 합니다. <한겨레:온>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늘 정성스런 사진을 올려준 덕에 우리에게 기쁨과 평화과 여유와 휴식을 주는 양성숙 통신원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온라인 전시회에서는 양성숙 통신원이 엄선한 작품 61점이 소개됩니다. 늦게나마  온라인 전시회를 열게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양성숙 편집위원  ssooky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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