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KAIST(한국과학기술원) 학위 수여식에서 정상적인 민주국가라면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 대통령이 축사를 하고 있을 때에 한 졸업생이 국가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항의하다가 경호처 직원들에게 입이 틀어 막혀 들려 나간 것이다. 그 광경을 목격한 졸업생과 학부모들은 항의하였고, 다음날은 선배들의 분노 섞인 기자회견이 있었다.

그럴 것이 정부가 국가연구개발 예산을 대폭(46천억) 삭감시켜 과학도들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들어놓고는, 그 책임자인 대통령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십시오.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제가 여러분의 손을 굳게 잡겠습니다.”라고 하였으니 이를 듣는 졸업생들은 자신을 조롱하는 소리로 들리지 않았겠는가? 그 축사를 듣고 있는 졸업생들은 아마 모멸감과 분노심이 느껴졌을 것이다. 그러니 충분히 분노하고 항의할 만하였다.

그런데 그에 대한 생각을 표현한 졸업생은 짐승처럼 끌려 나갔다. 지난달 18일 강성희 국회의원이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를 하며 국정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 뒤 경호원들에게 행사장 밖으로 끌려나간 사건이 발생한 이후 채 한 달이 못 되어 또 그런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묻고 싶다. 대통령이 무슨 짓을 해도 국민은 입을 닫고 살란 말인가?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자유를 이야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는 그 자유는 어떤 개념이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행태를 보면, 그가 말한 자유는 오직 대통령과 대통령의 가족, 그들을 위한 그들에 의한 그들만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국민이 위임해준 권력으로 오직 자신과 자신의 가족만을 위한 자유를 누리려 한다면 민주사회의 자유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지 않은가?

오바마가 이민법을 연설하는 도중에 한인 청년이 당신 도움이 필요해!”라고 소리치며 연설을 중단되게 하였던 일이 있었다. 경호원들이 그 학생을 제지하려 했을 때, 오바마는 어떻게 했을까? 그는 아니오 아니오. 그냥 여기 있게 해줍시다. 가족을 걱정하는 저 청년의 열정을 존중합니다.”라며 대화를 통해 풀어나갔다. 이런 오바마와 대조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이 졸업생의 항의 목소리가 터져나오자 졸업생 속에 섞여 있던 졸업 가운을 입은 이들이 뛰쳐나와 그 졸업생의 입을 틀어막고 팔 다리를 들어 행사장 밖으로 나갔다. 여러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경호처 직원들이 졸업 가운을 입고 좌중에 섞여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군사독재 정권이 연상되는 장면이다. 그 시절처럼 이제 학교에서나 직장에서 옆에 있는 동료가 정권의 프락치는 아닌지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그 또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요컨대, 이번 일은 원인과 결과 모두에서 대통령의 자질이 부족함을 보여주었다. 정부가 예산을 대폭 깎아놓고도 뻔뻔하게 학생들에게 도전하면 손을 잡아주겠다라는 모욕적 거짓말이 그 원인이었고, 그에 대한 대응도 자유가 억압되었던 군사독재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행태였기 때문이다. 그 학생이 물리적 폭력 행사를 하려고 했다면 모르겠지만, 가깝지 않은 거리에서 말로 의사표현을 한 것이 입을 틀어막고 끌어낼 일인가? 맹자가 증자의 말을 빌어 계지계지(戒之戒之) 출호이야(出乎爾者) 반호이자야(反乎爾者也)’라고 하였다. ‘조심하여라! 조심하여라! 너에게서 나온 것이 반드시 너에게로 돌아가느니라!’(도올 김용옥 역)라는 뜻이다.

편집 : 이현종 편집위원

이현종 객원편집위원  hhjj55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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