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도시, 경주 흔들리다

촛불은 든 경주의 미래

---보수의 도시, 경주 흔들리다

오늘 6시부터 경주역 광장에서 촛불집회가 있었다.

▲ 15년 간 한겨레신문 구독자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약 400여 명의 시민이 모였다. 세월호 1주기 시위에는 약 200여 명이 모였었다. 인구 26만, 보수의 아이콘인 경북 경주의 놀라운 변화다.

▲ 대통령 담화문 중 외로워서 최순실을 불러들인 결과에 대한 답이다.

특히 솜털이 보송송한 학생들이 대거 참석했다. 홀로 나온 중학교 1학년생부터 수능을 12일 앞 둔 고등학교 3학년 생 다수가 있었다. 대학생들은 격앙된 음성으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디테일하게 질타했다. 60대부터 10대까지 세대를 넘나드는 발언이 앞 다투어 이어졌다. 보는 내내 감동으로 목이 메었다.

▲ 15년 간 한겨레신문 구독자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우리의 눈에는 그저 아이들인 학생들의 소신은 분명했다.

▲ 중학교 1학년생, 이런 대통령 필요 없다는 다부진 발언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이런 나라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우리는 열심히 야자를 하며 공부한다.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이화여대에 들어가는 이런 사태를 용서할 수 없다!"

"대통령과 최순실을 옹호한 새누리당의 국회의원들을 다시는 국회에 보내지 않기 위해 올바른 투표를 해야 한다. 대통령은 퇴진하라! 새누리당은 해체하라!"

"오늘이 결혼기념일이다. 신랑과 나는 우리의 기념보다 이 일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 오늘 발언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것은 헌법 제1조였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발언이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온 가족이 다 나왔다. 특히 젊은 부부들이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얼굴로 촛불을 들었다. 아이들도 구호를 힘껏 외쳤다.

▲ 이 꼬마신사는 아주 의젓했다.

경주의 미래가 과거와는 다를 것이라는 희망을 보았다. 지켜보던 중장년의 시민들이 길가에서 구호를 따라 외치는 것은 대단한 변화다. 그들의 표정은 분노와 열망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 천년의 도시 경주의 밤하늘을 흔든 함성과 구호!

경주의 지진으로 지각변동이 왔다면, 이 초유의 국정농단이 보수에서 진보로의 파괴적 변동을 가져 온 것이다.  

  

역 앞에서 "박근혜는 퇴진하라"를 목이 터지게 외친 시민들은 도심지를 한 바퀴 돌았다. 길가에 선 사람들도 박수를 치거나 구호를 따라불렀다.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시민들이 시위행렬에 참여했다. 도로에 가로로 늘어 선 사람들의 숫자가 약 10여 명, 세로로 길게 이은 행렬을 세어보니 집계가 되었다.

약 600여 명의 행렬이 시내 곳곳에서 멈추어 서서 구호를 외치고 또 외쳤다.

아마도 경주시에서 최초의 대단위 시위가 일어난 것이다.

▲ 연세가 지긋하신 이 분은 닭모형의 인형을 끌며 나타났다.

2시간 동안 확연히 변모한 경주의 미래를 보았다.

▲ 여대생들도 국치의 박정권을 용서하지 못한다는 선언을 했다.

기사를 쓰기 위해 나는 자리를 떴지만 많은 사람들이 다시 경주역 광장에 주저앉았다. 시민들은 "박근혜는 퇴진하라!"를 목이 쉬도록 외치고 있었다.

▲ 시위를 하는 시민들의 표정이 한결같이 밝고 행복해보였다. 그건 새로운 정권에 대한 희망 때문이라고 했다.

앞으로 어느 정권이라도 오늘 이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야한다.

오늘 가을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한없이 맑고 투명하기를, 보수의 도시 경주에서도 푸른 꿈을 꾼다.

검찰은 국민의 애타는 갈망에 부응해주리라 믿는다.

우리가 모르는 조사를 철저히 파헤쳐 허물어진 대한민국을 일으켜세워 주리라 믿는다.

법을 다루는 검찰과 법원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분노에 떨고 있는 국민이 간절히 바라고 바라는 것은 진실이다.  

편집: 이미진 편집위원, 이동구 에디터

   

이미진 편집위원  lmijin04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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