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손도손 사랑방] 이미진 주주통신원

토요일 신문을 오늘 읽었다. 우편으로 받는 탓이다. 그래도 괜찮다. 한겨레만 건재하다면 참을 만 하다. 세월호 특집 심층기사 꼼꼼 잘 읽었다. 그 긴 기사를 취재하고 쓰느라 기자들이 무척 힘들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들의 노고에 큰 박수를 보낸다.

특히 1면의 소외된 베트남 부녀의 모습 감동. 역시 한겨레다운 편집이다. 그들이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 온 부녀였다면 아주 대한민국 매스컴들 야단이 났을 것이다. 지금쯤 얼추 스타가 되었을 텐데. 늦게나마 그들을 발굴해줘서 고마웠다.

그래야 한다. 역지사지, 우리들 중 누구가 외국에서 그 지경의 처지가 되었다면? 말도 안 통하는 나라에서, 더구나 가난한 형편에 얼마나 외롭고 절망적이었을까. 고마워요! 한겨레!

그리고 지난 주 '욕'에 관한 특집, 재밌었다. 내 책꽂이 어디에 김열규의 <욕, 그 카타르시즘의 미학>이 있을 것이다. 오랜 전 나온 책이다. 어릴 때부터 할머니의 욕을 노래 삼아 듣고 자랐다. 그래서 그 책을 읽으며 욕이 주는 해학의 아름다움에 공감백배였다.

삼십 여년 한겨레를 보면서 웃음이 터진 건 처음이다. 그리고 후련했다. 욕쟁이 할머니의 욕은 의외로 약했다. 우리 할머니가 들었다면 1초 안에 욕이 터질 정도였다. 그냥 내뱉는 쌍욕찌거리 말고 어떤 상황설정에 딱 들어맞는 욕은 시에 가까운 은유다.

1904년생인 우리 할머니의 욕 몇 가지를 소개하니 읽고 나서 나를 욕하지 마시길...만약 욕한다면, 그 할머니의 그 손녀로 내가 욕할지도...

1>간신 밑자지 겉은 놈!(사내답지 못하고 알량거리는 남자)
2>문지방에 좆 찡긴(끼인) 소리 하지마라(지나친 엄살 부리지 마라. 근데 진짜 아플 듯)
3>좆 잡고 양산도(민요) 넘어가는 소리 하고 있네(말 같잖은 말을 하고 있을 때)
4>산골 중놈겉이 음험한 놈(인적 드문 산사에서 두꺼비 파리 잡아 먹듯 아낙을 덥썩...뭐 그런 스캔들을 만들 관상)
5>그 년의 씹에는 씹도 많이도 들어있다(우리 엄마가 딸을 내리 다섯을 낳고, 아들 하나 낳은 뒤 또 딸을 낳았다고!)
6>씨 할 보지(딸 둘 아들 둘을 낳은 모범적 자궁을 가진 여성)

그 외에도 많을 것 같은데 대충 이렇습니다아∼.

이미진  lmijin04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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