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 이요상 주주통신원

1월1일 저녁 7시에 서울역 광장에서 민주투사 이남종 열사 1주기 추모제가 열렸습니다. 이남종 열사가 1년 전 서울역 고가도로에서 "두려움은 내가 가져가겠으니 떨쳐 일어나 두려워 말고 싸워 주십시오"라는 유언을 남기고 분신한지 1년이 다 되도록 아직도 민주주의를 위한 어떤 전진도 못 만들고 있는 우리의 무능함에 가슴을 칩니다.

오늘 제가 시민 대표로 올린 추모사입니다.

시민 추모사

이남종 열사시여!
사람살이 일 년이 또 이리 흘러가고 말았습니다.

2014년이 시작되는 일 년 전 그날 열사께서는 누리를 어지럽히는 어둠의 준동을 온 몸의 불로 꾸짖고 가셨습니다. 무너진 민주의 제단에 부활의 마중물이 되겠다며 스스로 번제의 희생이 되셨습니다.

그 외침과 사랑, "두려움은 제가 갖고 갈 테니 용기를 내어 민주주의를 파괴한 부정한 권력과 싸우라"던 그 말씀을 남기고 몸은 떠나셨습니다.

오늘 이 자리, 지난 일 년을 채워 온 우리를 부끄러움에 견딜 수 없게 합니다. 남겨놓으신 뜻이 있음에도 한낱 저잣거리 무뢰배의 짓거리에 다름 아닌 부정권력의 난동을 어찌하지 못하고 꾸물거리며 미적대다 고운 목숨들만 맥없이 사그라드는 한 많은 세월을 만들었습니다.

갈수록 고개를 쳐들고 치달아 오르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오늘이 기어이 열사의 기일에 이르름을 막지 못한 우리를 시퍼런 혼백으로 살아 핏줄 자욱 붉게 긋도록 때려 주십시오.

저들은 똘똘 뭉쳐 게걸스레 무한욕망을 채우는 마당에 작은 차이 하나에 밴댕이 속아지를 부려대는 우리를 보고 계십니까?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고 두 주먹이 있어도 패대기치지 못하는 허깨비 놀음은 이제 옛일이 됐음을 다시 한 번 다짐하려니 부디 참으소서!

열사여!

 

이요상  yoyo04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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