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손도손 사랑방] 김선태 주주통신원

베이비부머 세대란 1955년~1963년에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한국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 보릿고개 겪으면서 자란 세대들이다.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퍼 올린 물 한 바가지로 주린 배를 채웠다. 종이가 없어서 교과서를 찍지 못하고 있을 때에 운크라의 원조를 받아서 간신히 교과서를 만들어야 했던 나라에서 자란 그들이다.

특히 이 무렵에는 우리나라의 산업이란 것이 85% 정도의 국민이 농민이었으나, 평균 농토는 0.5 헥트아르에도 미치지 못하는 좁은 농토를 가지고 농사를 지어보았자 식량을 자급할 수조차 없었던 시기 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약 80%에 달하는> 농촌 출신들은 중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요즘 대학 가기보다 어려운 형편이었다. 그들은 국민학교를 졸업하고서 밥벌이라도 하기 위해서, 아니 부모님들의 밥그릇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도시로 나가야 했다. 남자들은 공장이나 상점에서 월급 한 푼 없이 밥이나 먹여 주기로 하는 심부름꾼부터 시작을 하여야 하였고, 여자들은 애보기나 식모살이로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하여야 하였었다.

든든한 후원자도 없고, 배운 것도 없는 그들은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을 도맡아서 하면서도 가장 낮은 봉급을 받아야 했었다. 그렇지만 그 작은 월급이라도 받는 다는 것이 자랑스러워서 밤낮을 가리기 않았고, 힘들다고 불평도 하지 않았다. 그런 일자리나마 빼앗길까 봐, 화장실에 가는 것이 두려워서 국을 먹지 못했고, 물을 마시는 것을 줄여야 했던 그들이었다.

가장 힘들게 일하던 청계천 일대의 봉제공들은 하루 15~16시간을 일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렇게 하여 우리나라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하던 해에는 우리나라에서 수출한 섬유봉제제품이 남산 부피보다 더 많았다는 기사가 나기도 할 정도로 우리나라 산업의 기초를 다진 역군들이었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규모 사업장의 평균정년이 57세 이었다. 바로 베비이부머 세대들이 퇴임을 하기 시작하였다는 신호이다. 배운 것도 모자라고 아는 사람도 없는 농촌 출신의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하여서 이제 간신히 궂은 일을 피할 정도의 경륜을 쌓았다 싶으니까, 이제는 나이가 많다고 퇴출을 당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오직 건강한 몸뚱이 하나로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부모 봉양하고, 자식들은 나처럼 못 배운 한을 남겨줄 수 없다고 온 재산 다 바쳐 교육 시켰건만 세월이 하도 엉망이어서 대학 나온들 뭐하나? 부르는 곳이 없는 판이 되었다. 자식들이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로 연명을 하는데 자식들에게 봉양을 받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그들이다.

나이 때문에 일자리에서 밀려나고 보니 소득은 없고 그 동안 모아둔 재산이래야 겨우 “베이비부머 세대가 가진 건 집 한 채뿐” 이라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닌 상황이 되었다. 바로 퇴직하자마자 닥쳐온 시니어 보릿고개인 것이다. 젊은 시절 내내 부모봉양과 자식교육에 온 몸 바쳐 왔을 뿐, 내 노후 준비라는 것을 생각해 보지도 못했던 그들이다.

그렇지만 자녀가 늦은 사람은 아직 대학생인 자녀들일 것이고, 빠른 경우에는 이제 자녀 혼인시기가 되었을 것이다. 일생에 가장 많은 돈이 필요한 시기이건만 벌이는 딱 끊어져 빈털터리가 되었으니 이를 어쩌란 말인가? 그래서 흔히 이들 세대를 부모님 봉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들에게 효도(봉양) 받지 못한 첫 세대라고들 하지 않는가?

복지 선진국처럼 공적부조가 40~50%만 되어도 크게 걱정하니 않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10% 안팎 밖에 안 되는 상황이다. 자녀들의 대학 등록금이나 혼인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유일한 자산인 집 한 채를 팔지 않으면 해결 할 방도가 없는 상황이 이들의 현실이다.

그래도 이들은 자신의 남은 인생 30여년에 대한 준비를 하기 보다는 오직 자녀들을 위해서 모든 것을 다 바쳐 자녀 먼저 챙기는 일에 나선다. 이들에게 국가에서 지원하는 공적부조란 결국 국민연금 밖에는 없다. 그러나 그 국민연금이라는 게 생활비를 걱정하지 않을 만큼에 크게 못 미치는 용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노후준비가 안 되었으니, 일이라도 하려고 하지만 이들에게 주어질 일자리는 거의 없다. 겨우 한다면 경비직일자리뿐인지만 그것도 하고자 하는 사람은 많고,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주민들에게 학대 받다가 경비원 자살사건이 발생하고, 조금만 잘못이라도 생기기만하면 “당장 그만 둬!” 한마디면 목이 잘리는 하루살이보다 못한 신세이기 쉽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게 한 주역들인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대략 715만이고, 이중에서 약400만 명이 저소득층으로 추락하여 불안한 노후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아직도 일하고 싶다고 일자리를 찾아 나서지만 이들을 선택할 직장은 없다.

이제 더 이상 기댈 곳도 없는 처량한 가장은 ‘시니어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오늘도 어깨를 늘어뜨리고, 고개를 들 기운조차 없다. 평생을 몸 바쳐 일했던 직장에서 밀쳐내고, 온 정성 다해서 이룩해 놓은 나라에선 나 몰라라 방관만 하는 시니어 보릿고개를 어찌 해야 한단 말인가?

대항민국의 건국 훈·포장을 주어도 모자랄 그들에게 국가가 해주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은 하고 있는지 정치권에 질문을 던지고 싶다.

김선태  ksuntae@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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