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요상 주주통신원

지난해 10월1일,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는 수사기관이 본인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비롯해 3천 명에 달하는 대화상대방의 개인정보를 사찰했다는 추정치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11월 27일 공판에서 실제로 제공된 카카오톡 정보가 2,368명에 달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정진우씨의 연락으로 비로소 자신의 개인정보가 제공된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들은 큰 충격에 빠졌고, 지난 12월 23일 헌법소원과 손해배상 등 법적 대응을 시작하였습니다.

피해자 중 한 사람인 이요상 주주통신원이 심경을 담은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나라가 감히 나를 감시한다고? 절대로 가만있지 않겠다!  

저는 이 나라에서 도망치는 대신 싸우기로 했습니다.

지난 6월, 누군가의 초대로 잘 알지도 못하는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와 같은 카톡방에 있었습니다. 단지 그 이유만으로 제 개인 정보가 검경에 제공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저는 공황상태에 빠졌습니다. 10월쯤에 정진우씨가 카카오톡이 털렸다고 기자회견을 할 때만 해도 설마 했습니다. 정진우씨와 긴밀한 대화를 나눴거나 의논을 한 사람들의 정보가 털렸겠거니 생각했죠. 그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말입니다.

저는 노년에 접어들면서 정치 사회 전반에 걸쳐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지난 2008년 광우병 정국에서 수입 쇠고기를 반대하러 나가서 처음으로 촛불을 들었습니다. 그 이후 평범한 촛불 시민으로 각종 문화제에 꾸준히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정진우 부대표와는 전혀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가 아닙니다.

그런데 정진우씨 카카오톡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3,000명 가까운 사람들의 정보가 제공되었는데, 제가 속해 있는 단체카톡방도 포함되었을 것이라고 하는 겁니다. 그 얘기를 듣고 난 후 솔직히 이런 나라에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떠나고 싶었습니다.

제가 마음을 바꾼 이유는, 이 사건은 무조건 나라가 싫어 떠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나라의 주인인데 저의 인권을 무시하고 부당하게 저의 정보를 털어간 경찰이나 검찰의 사찰이 두려워 떠난다면 누가 이 나라의 기본권을 지키겠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가만히 있지 않기로 했습니다. 먼저 한남동에 있는 다음카카오톡 본사에 가서 규탄 기자회견과 항의 방문을 했습니다. 카카오톡 관계자를 만나 나의 어떤 정보가 어떻게 제공되었느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그러나 카카오톡 측에서는 압수수색 영장에 의해서 6월 10일자 하루치가 제공되었다고만 할 뿐, 그 세세한 내용을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에 보낸 자료에 있으니 검찰에 가서 확인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식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두 달이 되도록 대답을 못 듣고 있던 차였습니다. 11월 말이 되서야 정진우씨 재판에 제출된 수사기록을 통해 정진우씨가 처음으로 저와 같은 피해자의 정확한 실태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 2,368명이라고 하더군요.

이 몇 달 동안 저는 마음이 몹시 편치 않고 밤에도 잠을 못 이룰 때가 많았습니다.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이나 거리에서 사복 경찰이 말을 걸어오거나 하면 가슴이 떨리고 귀갓길에도 누가 따라 오지 않나 두리번거리게 되었습니다. 누가 늘 나를 감시하는 것 같은 피해의식 때문입니다.

이번 카카오톡 사태를 겪으며 어렵고 소외된 사람들과 촛불로 함께 해온 우리 시민들은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습니다. 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네비게이션을 포함한 모든 사이버 공간에서 우리가 감시당할 수 있음이 속속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의 분노는 200만 이상의 사이버 망명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유례없는 현상은 우리 사회에서 있었던 망명 중 가장 큰 규모의 망명일 것입니다.

다행히 사이버사찰 긴급행동이 츨범하였고 민변과 여러 인권 단체들이 저 같은 시민을 대신하여 카카오톡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과 헌법소원을 대리해 준다고 합니다. 저는 여기에 큰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카카오톡을 비롯한 메신저와 국민들 다수가 연결되는 사이버 정보에 대한 무차별적인 압수수색은 도를 넘어선 것입니다. 국가적인 정치 사찰과 사이버 검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검찰은 놀랍게도, 아니 예상되었던 대로, 망명 사태 이후로도 카카오톡에 개인정보를 제공할 것을 계속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업을 통해 시민들을 사찰하고 있습니다. 이런 검찰의 태도는 한국 사회 민주주의의 현 주소를 묻고 있습니다.

카카오톡 사태는 공권력이 저지른 또 다른 참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 이후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저는 행동했던 시민의 다짐으로 카카오톡과 국가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헌법소원으로 시민의 권리를 확립하려 합니다. 저 같은 평범한 시민의 정보가 소중하게 보호될 때까지 싸우겠습니다.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위해 끈질기게 싸우겠습니다. 진짜 시민들의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이요상  yoyo04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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