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손도손 사랑방] 이미진 주주통신원

오늘 한 보름 만에 엄마 집에 들렸습니다. 지난 번 갔을 때 냉장고 대청소 끝내고 장 본 것들을 챙겨 넣고, 싱크대 설거지를 하고 왔었지요. 오늘은 김치냉장고랑 식탁 위 잡다한 것들을 치우다 깜짝 놀랐습니다.

평소 엄마를 돌보러오는 요양보호사가 영 마뜩찮긴 했지만 6남매가 직접 돌보지 못하는 죄로 그냥 참았지요. 월 20일 하루 4시간 일하고 정부에서 50만원을 받는 분이 바로 이웃에 사는 탓에 와서 출근 카드 찍고는 갔다가 다시 시간되면 오는 것도 그냥 보아 넘겼지요. 일주일에 한 두 번 방 청소와 매일 인슐린 주사 한 대, 그게 전부.

엄마가 뭘 한 번 시켰더니 큰 소리 치면서 대들고,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 버린다고 겁을 주고. 그래서 엄마가 날이 갈수록 기가 점점 죽었던지 몹시 속이 상했습니다.

김치냉장고 한 쪽 칸은 얼마 전 엄마가 직접 청소했고 오늘 제가 마저 했고요. 문제는 식탁 위 쟁반에 파리가 알을 슬어 놓았더군요. 스트로우 봉지 속에까지 침투한 알을 보며 정말 화가 났어요. '요양보호사란 가족 앞에서는 천사, 안 보면 악마'라던 어느 분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다른 사무실 연결해서 좋은 요양사로 바꿔준다는 말에 엄마의 얼굴이 더 어두워진 건 그 여자가 와서 뭐랄까봐 겁을 먹는 것 같았습니다. '5년 간 요양사 하면서 마이 닳았더라.' '내가 와 이래 오래 사는 지 모리겠다'는 말이 귓속에 덜컥 걸려있네요.

자신의 집을 지키고 사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엄마의 고충에 씁쓸함이 가득한 밤입니다. 사람을 바꾸는 동안 요양사에게 당당히 요구하고 기죽지 말라고 단단히 일러두었는데...

혹시 이후에라도 엄마를 찾아와 딴 소리하며 위협할까봐 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누가 뭐래도 엄마가 오래 살아줘서 고맙고, 더 오래 살아서 세상에서 가장 큰 대명사 "엄마"를 부를 수 있는 건 행복!

이미진  lmijin04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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