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손도손 사랑방] 오성근 주주통신원

정희씨는 집에만 들어오면 헐렁한 옷으로 갈아입으며 브래지어를 벗어 던집니다. 그 모습을 보고 묻습니다.

“브래지어 착용하면 많이 불편해요?”
“그럼, 불편하죠!”
“그럼,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으면 되겠네!”

정희씨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합니다.

“그럼 덜렁대면서 다니란 말이에요?”
“동맹파업하듯 모든 여자들이 동시에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으면 되잖아, 그럼 처음에는 서로 어색하고 거북하겠지만 곧 익숙해질 텐데.” 정희씨는 피식 웃고 말았지만 내 얘기는 곧 사실로 입증이 되었습니다.

해마다 9월이면 과천에서는 세계 마당극 축제가 벌어집니다. 올해는 6개국에서 총 30여개의 공연을 올렸는데 그중 <해변의 새들>이라는 작품이 있었습니다. 쿠바배우들의 공연이었는데 연극이 시작되자마자 대극장 안은 물이라도 끼얹은 듯 조용해 졌지요. 한 명의 남자배우와 두 명의 여자배우가 등장하는데 그들 모두가 팬티 하나만을 걸치고 있었으니까요.

정희씨 말마따나 여자배우들의 가슴이 동작 하나하나에 따라 덜렁거렸습니다. 그런 광경을 처음 접한 나도 묘한 감정에 휩싸였음을 고백하겠습니다. 당혹스럽기도 하고, 야릇하기도 한 그런 감정 말입니다. 하지만 처음의 생소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10분쯤 흐르자 어느 것이 여자배우의 가슴이고, 어느 것이 남자배우의 가슴인지에 대해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으니까요. 물론 그것은 나만의 경험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낯설고 생소한 것이라도 공개시켜놓고 보면 곧 일상화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들을 쉽게 볼 수가 있습니다. 그네들이 서있을 때는 별로 불편해보이지 않는데 자리에 앉아 있을 때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그 짧은 스커트를 억지로 끌어내리기 시작하고, 두 다리는 꼭 붙이고 앉아 있지요. 마치 벌을 서듯이 말입니다. 나는 그런 모습을 접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냥 바지를 입으면 편안하게 앉을 수 있을 텐데 왜 사서 저 고생을 할까?’

끝으로 하이힐입니다. 하이힐이 여자들의 건강을 해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방송이나 지면을 통해 너무나도 많이 소개된 내용이니까요. 노파심에서 다시 한 번 읊자면 ‘하이힐을 오랫동안 신을 경우 척추에 이상이 오고, 발가락이 기형으로 만들어져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지요.

스스로의 건강을 해친다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하이힐을 신어야 하는 까닭 - 직업의 특성상 그것을 강요당하는 경우는 제외 -을 모르겠습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달리기를 할 때는 여자아이와 남자아이의 차이가 없습니다. 모두 정상적인 주법(走法)으로 달리니까요. 하지만 여자아이들의 경우 중학교에 가고,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기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달리기를 하기는 하는데 팔을 앞뒤로 흔드는 것이 아니라 좌우로 흔들면서 뛰지요. 왜 그런지 알 수가 없습니다.

여자들이 초등학생이나 그 이전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글에서 본 내용인데요. 유아로 추측되는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 여자아이가 그네를 타고 있는데 팬티가 보인다면서 남자아이들이 놀려댑니다.

그러자 여자아이가 큰 소리로 외치지요. “야, 너희들도 치마 입으면 팬티 보여.” 그런 당당함으로 ‘브래지어, 미니스커트, 하이힐을 거부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2002, 가을>

오성근  babsangm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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