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일 개천절 오후, 공휴일이라 택시손님이 적어 한가하다. 잠실역 홈플러스 앞에서 30대 중반, 50대 후반 여성 두 명이 탔다. 그중 한 손님은 “차에 무슨 신문이 이렇게 많으세요?”라며 호기심을 나타냈다. 나는 당당하게 “예, 제가 한겨레 주줍니다.” 그런데 그 말에 그는 자기 아버지도 한겨레 주주였다며 본인도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귀띔 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는 같이 탄 분이 어머니시고 자신은 학원 강사라고 밝혔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직접 ‘세월호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특별법’ 제정 청원 운동에 서명 했는데 이를 두고 주변에서 이상한 눈초리로 보더란다. 게다가 ‘세월호 특별법’제정이 지지부진하다는 취지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극우단체 소속으로 보이는 한 고등학생으로부터 고발까지 당했단다. 참 용기 있는 시민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친김에 ‘한겨레 주주통신원’에 선발되었다고 소개했다.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사람은 나 혼자뿐이고, 다른 통신원들은 문인협회 회장, 언론인, 대학교수 등 글을 잘 다룰 줄 아는 분들이라고. 내 일의 특성상 삶의 현장에서 생생한 글의 소재나 글감이 될까 하여 서투른 손놀림으로 스마트폰에 기사를 써서 인터넷카페에 올렸다고 했다. 카페에 들어가서 그 글 꼭 찾아 읽어 보겠다는 손님한테 택시 명함을 주었다. 깨어 있고 이타적며 정의로운 손님을 만난 것 같아 하루의 피로가 날아가는 듯 했다. 만남이 짧고 시간이 아까워서 내려주고 싶지 않은 손님이랄까.

늦은 시각 그에게서 휴대전화 문자가 왔다. “방금 택시에서 고견 듣고 간 모녀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쓰신 글 찾아 읽고 댓 글 달려 했는데 카페회원이 아니라 댓글을 문자로 보냅니다.ㅎㅎ 어둡고 희망이 없어 보이는 대한민국에서 반짝이는 새벽 양심과도 같은 분들이 계셔서 함께 힘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택시운행 고되실 텐데 건강 챙기시고 나중에 조국위해 하시는 바른 일들을 더 큰 권한 가지고 더 쉽게 하실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미력하나마 님이 쓰신 글뿐만 아니라 바른 생각 지니신 민주시민들과 생각을 함께 하겠습니다.^^ 한 달만의 휴일 마무리가 님 덕분에 아주 유쾌해졌습니다.ㅎㅎ 주말 잘 보내세요.~^0^ ”

이렇게 운이 좋으면 생활현장에서 손님과 라포가 생기기도 하지만 때로는 ‘감정노동’이 강요되기도 한다. 사회적 큰 이슈가 있거나 특히 선거철에 택시운전을 하려면 반 점쟁이에 해탈을 해야 된다니까~ 하며 넋두리 한다.

이강윤 한겨레 주주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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