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테 디 콰트로, 부산야외공연

비가 주렴처럼 내리는데

---포르테 디 콰트로(Forte di Quattro), 부산야외공연

비가 가멸차게 내린 어제(6월 29일) 오후 7시, 부산 영화예술의 전당 야외공연장에서 포르테 디 콰트로 공연이 있었다. 이들은 2017년 JTBC 팬텀싱어1에서 최종 우승한 남성사중창단이다. 어마어마한 실력들로 전국의 클래식 애호가들을 사로잡았던 경연이었다. 고훈정, 김현수, 손태진, 이벼리, 네 청년들은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사 레이블 데카(DECCA)에서 2개의 음반을 발매를 했고, 전국 공연으로 이름이 알려진 크로스오버 보컬이다.

'라메르(LA MER / 바다)' 해운대와 인접한 공연장에는 각종 자동차들의 바퀴에서 부서지는 물보라 소리가 끊임 없는 파도소리와 흡사했다. 혼자가 아닌 빼곡한 관객에게 비바람의 우레같은 빗소리는 그 어떤 자극으로 집단적 흥분을 일으키기에 적절했다.    

필자가 처음 가본 영화예술의 전당 비프 씨어트(BIFF Theafter)는 압도적 웅장함으로 아주 보기 드문 건물이었다.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는 빅루프 지붕은 커다란 나무에서 거대한 이파리가 자라나듯 펼쳐져 있었다. 그보다 작게 겹쳐지는 스몰루프와 합치면 축구장 두 배 반 크기라고 한다. 현대적 조형미의 곡선들이 마치 하나의 미술설치물처럼 허공에서 예술적 위용을 뿜어냈다.

이 거대한 공연장에 걸맞은 싱어들이 나오자 비와 박수가 삽시에 협주를 이루었다. 비의 선율을 터뜨리는 음악이 시작되자 바람이 루프의 틈에서 빠져나와 공연장 공중에서 춤으로 선회했다. 어찌보면 아주 멋진 퍼포먼스같기도 했다.

공연장을 휘감던 바람은 촘촘한 빗줄기를 꿰어 투명한 물방울 주렴을 겹겹겹겹 내렸다. 야외공연장이지만 노래는 흩어지지 않고 촘촘한 물방울 주렴에 갇혀 멋진 화음을 빚었다. 공연을 보면서 가끔 비안개색 짙은 하늘을 보는 순간, 환상적인 비의 군무가 아름다웠다. 지금까지 필자가 본 비 중에서 가장 우아하고 가장 자유로운 광경이었다. 그건 루프의 틈새로 보이는 하늘이 무척 높았기 때문이다.  

        

팸플릿 상세 프로그램이 없어 정확한지 모르지만 그들이 부른 노래를 정리해 본다.

오디세아(Odssea), 노테 스텔라타(Notte Stellata), 아다지오(Adagio), 단 한 사람, 판타즈마 다모레(Fantasma Dmore), 일리디브로 델라모레(IlLibro Dell Amore), 꽃이 핀다, 시네마 천국,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Love of my life), 전율이 이는 미성에 정성이 지극한 이벼리의 독창 '나비'에 필자는 무척 만족했다.  

손태진, 김현수의 볼라레(volare), 비바라 비다(viva la vi da)에 이어 마구 밀어닥치는 광풍까지 멈추게 할 테스티노(Destino)의 화음은 북받치도록 최상이었다. 빗속에서 광분하던 이성을 찾아주듯 차분한 아베마리아(Ave Maria)가 비워두었던 가슴 깊은 곳을 적시며 공연은 끝이 났다.   

비바람 맞으며 악기를 연주한 오케스트라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성의를 다한 싱어들의 음악공연은 성공적이었다. '힘'이라는 보컬의 이름에 걸맞게 남성4중창은 수억 물방울 주렴을 뒤흔들며 절창을 했다. 사방에서 비가 내리치는 박수소리가 관객들을 일으켜 세웠다. 앵콜곡에서 우의를 입은 관객들이 일제히 일어나 비바람 닮은 춤을 추며 신명났다. 무대 위도 아래도 모두 촉촉히 젖었다. 행복한 밤이었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이미진  lmijin04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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