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의 본 이름은 사가르마타

에베레스트(사가르마타:하늘바다)를 걸으며 사색하다 

- 들어 가는 말

모든 여행은 낯설음을 즐기면서 시작된다.
낯섦이 두렵거나 낯섦이 어색하거나 걱정된다면 여행은 무의미할 뿐이다.
그런 마음을 가진 자는 절대 여행을 성공적으로 할 수 없다.
때로는 멍청하다고 소리들을 만큼 생각없는 사람처럼 낯선 길을 무모하게 가야할 때도 있다.
그런 모든 것들이 여행이 가져다 주는 만족이다.

▲ 사가르마타:하늘바다<-에베레스트의 원래 이름(왼편 붉은 구름에 휩싸인 봉우리가 에베레스트, 오른쪽 산은 로체 히말라야 봉우리)

 지난 2008년 4월 19일 오후 2시쯤 나는 네팔 카트만두 트리뷰반 국제공항에 일곱번째 발걸음을 내디뎠다.

▲ 네팔의 <갤러리32>에서 전시회를 연 화가 오수진 님, 등 뒤는 전시했던 작품들
▲ 네팔의 <갤러리32>에서 전시회를 연 화가 오수진 님, 등 뒤는 전시했던 작품들

 당시 여행은 한국화가의 네팔 전시회와 일행 네 명을 가이드 하는 여정이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내 여행의 목적은 한국과 네팔 문화 교류협회를 만들어 활동하는 연장선의 일이다. 이미 한국에서 네 차례 네팔 화가의 전시회와 함께 한 차례 나의 사진전까지 마쳤다.

▲ 흰 머리에 필자 옆에 선 분이 네팔의 시인 먼 줄(64세)

또한 네팔 문학가들을 초청해서 만해문학축전을 성공리에 마친 후 네팔을 찾는 길이라 자랑스런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한국화가의 전시회의 성공적 개최여부에 대한 긴장감과 일행의 무사한 일정 그리고 SAGARMATHA(하늘바다:EVEREST)히말라야 베이스캠프를 무사히 다녀올 수 있을까?

전과 다른 일행이 있었고 세계 최고봉 사가르마타 기슭을 걷는다는 기대가 설레임과 함께 고조된 긴장감을 심어주었다. 아무튼 아래의 라디오 인터뷰는 여행의 성공적인 결산을 의미하는 마지막 휘날레 같은 것이었다.

내가 말했던 시(詩)-네팔에서의 인터뷰

네팔 국영 <라디오 네팔>의 유명 사회자인 러메스 선생이 내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Q: 당신은 네팔 말을 언제 배웠느냐?

A: 나는 네팔 말을 따로 배운 적이 없다.

Q: 그런데 어찌 그리 네팔 말을 잘 할 수 있었는가?

A: 나는 처음 네팔에 올 때 부터 나는 네팔의 어린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네팔의 모든 것과 모든 사람들을 선생이라 생각했다.

   네팔의 하늘에서 바라보이는 히말라야와
   네팔의 풍경들도 나의 선생이라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네팔의 하늘도, 바람도, 나의 선생이 되어 주었다.
   네팔의 어린이도, 네팔의 할아버지, 할머니도,
   네팔 하늘의 구름도, 하늘을 날으는 새도,
   먹구름이 끼고 비가 내릴 때 그 모든 현상들도,
   네팔의 강과 어린 아이의 미소와 흙먼지 비바람도,
   히말라야를 오가는 당나귀도 히말라야의 돌멩이도,
   네팔의 그 모든 것들이 나의 선생과 같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당신조차도 나의 선생이라 믿는다.
   내가 질문 할 수 있었던 것들
   그 모든 것들이 나의 선생과도 같다.

   그렇게 생각하고 받들었더니
   저절로 네팔 말이 되었다.

   지금도 간혹 네팔 이주노동자들이 내게
   러메스 선생과 같은 질문을 한다.
   자신들도 한국말을 배우고 싶다면서
   그래서 나는 말한다.
   당신들이 한국에 것들을 선생처럼 생각하고 받들어 보시오.

 
의미있는 대담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귀국을 서둘렀을 때 한국에서는 촛불시위가 한창이었다. 마치 죄 지은 사람처럼 일정을 앞당겨 할아버지 나라(조국)를 급한 마음으로 찾아왔다.

회오리 같이 절망적인 정치적 현실, 민주주의의 후퇴를 실감하며 현장을 찾았다. 그리고 심리적인 공황상태에 빠져들었다. 여행 후 혹은 여행 중 정리되던 나의 일상의 기록들은 철저히 흔적을 잃은 기억처럼 내게서 이야기가 되어 나오지 못했다.
막막하고 먹먹하고 막연한 그래서 말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침묵했다.

이제 2개월 보름이 지났다. 오늘이 정확히 2개월 보름이 되는 날이다. 그러니까 6월 13일 귀국해서 오늘에야 말문이 열린 것이라고 해도 되겠다.

여행의 뒷풀이를 하듯 네팔 2개월 여정의 전부를 기록할 예정이나 오늘부터 틈틈히 사가르마타를 여행한 이야기를 써 나갈 생각이다. 사가르마타의 풍경과 사가르마타 주변 사람들과 길 위에서 만난 성자들과 나그네들 야크와 당나귀들, 꽃과 나무와 바람과 흰 구름과 새와 나비와 별빛들......, 나를 호흡하고 그들을 호흡하며 살아온 기억들을 정리해 볼 생각이다.

서론이 너무 길었나 싶다.

2017년 8월에

***지금은 너무나 많은 것이 변했고 세월이라 할만한 날들이 지나가고 나는 어느 날 네팔의 사위가 되었고 더 많은 시간들을 네팔과 지냈고 그곳에 사람과 자연 그리고 더 많은 사연들을 하나 둘 탑돌을 쌓아오듯 살아오고 있다. 또 그렇게 살아갈 것이며 이제 다시 쓰는 일기장을 살피듯 지난 날을 되돌리며 독자들과 특별하다면 특별한 나의 네팔과에 인연들을 펼쳐 보이고자 한다.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김형효 주주통신원  Kimhj00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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